[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중동을 집어삼키려던 거대한 전운이 마침내 한풀 꺾였습니다. 극적인 '2주간의 휴전'이 성사되는 데는 지구촌 곳곳 숨은 중재자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중재안을 제시한 파키스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압박까지 막전막후가 드러남에 따라 이번 휴전이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란과 2주간 휴전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로이터통신)
중동 평화 이면엔…주변국 '전방위 압박'
24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휴전의 물꼬를 튼 주인공은 중재국 파키스탄이었습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란을 향한 최후통첩을 거둘 것을 필사적으로 설득했습니다. 샤리프 총리는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외교적 노력이 꾸준하고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잠재력이 있다"며 트럼프의 공격 의지를 누그러뜨리려 애썼습니다.
파키스탄은 구체적인 협상 카드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양측이 2주간 휴전 준수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석유 및 가스 운반선 등 선박들의 무사 통항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문명을 말살하겠다"며 경고 수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까지 48시간 동안 휴전 타결을 위해 미국과 이란뿐만 아니라 주변국까지 외교전에 총력을 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가 합세해 전방위 압박을 가했습니다. 특히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공식 석상이 아닌 직접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긴박하게 실무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막판 결정타는 이란의 우방인 중국이 날렸습니다. 이란은 '일대일로'의 주요 기점이자 파키스탄 과다르항과 가까운 물류 요충지입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글로벌 전략으로 꼽힙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이란을 향해 "유연성을 발휘해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며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도 휴전에 중국의 역할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란과 협상에 중국이 관여했는지 묻는 말에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입니다.
전쟁 일으킨 '네타냐후 입'
미국과 함께 전쟁에 뛰어든 이스라엘도 휴전을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못한' 휴전에 친이란 단체인 헤즈볼라는 여전히 공격 대상임을 강조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매체들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휴전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헤즈볼라가 위치한 레바논은 예외"라고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벌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월11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의 백악관 상황실 브리핑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약 1시간 동안 이란의 이슬람 정권 종식 가능성을 설파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작전으로 이란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 정권 붕괴 후 새로운 지도자로 오를 만한 후보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공습 개시 48시간 전인 지난 2월26일(현지시간) 핫라인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통화에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이란발 암살 시도를 거론하며 즉각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복수심'을 이용해 이란 전쟁을 일으킨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체포 작전을 미군의 희생 없이 성공적으로 마친 것 또한 네타냐후에게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해외 군사작전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던 데다, 이슬람혁명수비대가 무자비한 진압으로 유혈 사태까지 일으키자 무력 개입의 명분도 만들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전 이란을 향한 군사작전 자체는 승인했지만 실행 시점을 두고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러나 통화 다음날인 2월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최종 타격을 승인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하메네이를 겨냥한 이란 공습 작전, 일명 에픽 퓨리(Epic Fury·장대한 분노)에 돌입했습니다.
두 달도 채 안 된 '짧은 전쟁'이 남긴 상처는 깊습니다. 이란 인권 단체 측은 사망자 수를 최대 1만명으로 추산합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전쟁 중 이란군 약 4000~5000명이 사망하고 수만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미국도 타격이 큽니다. 외신에 따르면 전쟁 중 미군 병사 13명이 전사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5주간 전쟁에 약 310억달러(한화 약 45조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