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불복'소송 줄패소에 체면 구긴 금융당국

입력 : 2026-04-10 오후 4:24:06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이 제기한 징계 불복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등으로 당국의 감독 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금융사고에 대한 처벌 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나무, FIU 상대 행정소송 1심 승소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전날 오후 1시50분 두나무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 취소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두나무는 지난해 2월25일 FIU로부터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거래금지 의무 위반 △고객확인(KYC) 의무 및 거래제한 의무 위반 등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3월7일부터 6월6일까지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두나무는 신규 가입자 대상 가상자산의 외부 전송(입출금)이 제한됐었습니다.
 
FIU 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나무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는 2022년 8월28일부터 2024년 8월23일까지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9개사와 총 4만4948건의 가상자산 이전을 거래했습니다. 이는 동기간 업비트에서 이뤄진 100만원 미만 거래 641만3281건 중 0.7%에 해당합니다.
 
특정금융정보법 제7조에 따르면 국내 사업을 영위하는 가상자산사업자는 신고·변경신고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는 같은 법령 제8조와 시행령 제10조의20 제4호에 따라 거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업비트는 특금법에 따라 100만원 이상 거래에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는 '트래블룰'을 적용해 왔지만, 당시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100만원 미만 거래에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나무는 영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곧장 집행정지 가처분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집행정지는 지난해 3월 말 인용돼 소송을 결론짓기 전까지 집행이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이날 선고는 두나무가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세 차례 변론을 거쳐 이뤄졌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1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규제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확약서 징구 및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모니터링 시스템 등으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했으므로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두나무는 100만원 미만 거래에 대해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 가이드라인에 따라 확약서 징구 등 조치를 시행했고,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솔루션을 도입해 이상 거래 탐지에도 나섰었습니다.
 
FIU는 빗썸(6개월 영업정지)과 코인원(3개월 영업정지)에도 유사한 사안으로 제재를 내렸고, 이 중 빗썸은 두나무를 뒤이어 FIU 제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입니다. 이번 두나무 승소로 빗썸 재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를 제재의 이유가 (다른 거래소들과) 유사한 만큼 오늘 법원의 판단이 향후 다른 거래소 재판 결과에 당연히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라임·옵티머스 CEO 중징계도 줄패소
 
증권업계와의 징계 불복 소송에서 패소한 전력도다시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3년전 라임·옵티머스 등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권사 CEO들에 중징계 제재를 가했다가 이후 행정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습니다.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가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 불복 행정소송이 대법원에서 승소로 확정됐습니다. 비슷한 시기 행정소송에 나선 박정림·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역시 같은 행정소송에서 승소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금융위는 2023년 11월29일 정 전 대표에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문책경고를 처분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라임 사태와 관련해 같은 내부통제 의무를 이유로 3개월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처분했습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뉩니다. 문책경고는 3년, 직무정지 4년, 해임권고는 5년간 향후 금융사 임원 취업이 제한됩니다.
 
이후 진행된 행정소송에서 정 전 대표는 1·2심과 대법원까지 "징계가 부당하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2심까지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윤 전 대표 역시 지난 1월 금융위 상대로 제기한 징계통보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각 재판부는 "금융투자상품 출시·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뒀다"며 내부통제 기준의 유무가 아닌 실효성이란 법리적 근거가 부족한 제재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모펀드 사태 당시 판매사 CEO에게 내려진 징계가 법원에서 줄줄이 패소로 결론나면서 금융당국의 제재가 근거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는 동일한 상황을 보더라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관리나 감독 과정에서도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금융 관련 법령이 시행 초기라거나 관련 규제가 공백 상황인 회색지대의 영역도 많은데 무작정 중징계나 영업정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 간판. (사진=금융위원회)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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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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