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스테이블코인 관련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6·3 지방선거 일정 등 정치 변수에 밀려 또 연기됐습니다. 당초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달 27~28일로 미뤄졌는데요. 이렇게 입법 일정이 불투명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과 해외 주요국들은 속도를 내고 있어, 엇박자도 한층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15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장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이번 연기 배경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안 돼서 그런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여야 사정, 지방선거 일정 등 국회 내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7~28일 예정된 법안심사소위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상정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야당하고도 협의를 해봐야 되고 당내 정책이나 정부 측하고도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상정 여부는 다음주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예고 일정은 거론되지만, 실제 상정 여부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용자 보호 중심의 1단계 입법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의 발행, 유통, 공시, 감독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지를 다루는 후속 입법으로 거론돼 왔습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여부와 발행 주체, 감독 권한 배분, 거래소 역할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 법안에 맞물려 있는 만큼 업계도 주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법안소위 일정이 밀리면서 관련 제도의 큰 틀 마련은 또 미뤄지게 됐습니다.
한편 국회 논의와 별개로 국내외 가상자산업계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은 최근 우리나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두나무는 서클과 USDC 채택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었고, 빗썸도 디지털자산 인프라 확대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코인원도 USDC 관련 서비스와 마케팅 확대에 나서는 등 국내 거래소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인프라와 사업 기회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해외에서는 제도 정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지난 9일 의회에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불명확한 규제 체계가 산업 발전과 투자 유출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수적인 시장으로 분류되는 일본도 지난 10일 암호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는 방향의 법 개정안을 내각에서 의결했습니다.
한국은행 차기 총재 인선도 변수로 꼽힙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 후보자는 그간 스테이블코인에 비교적 신중한 견해를 가진 인물로 분류돼 왔습니다. 실제로 국회 제출 서면 답변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생태계에서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통화 신뢰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중심축이 되는 질서가 중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기존과 달라진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신 후보자는 "과거에는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통화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보완적, 경쟁적으로 할 수 있다. 각각의 용도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입장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역할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겁니다.
한 가상자산업계 전문가는 "세부 법안에 대한 내부 조율이 문제다. 통일된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아서 논의가 미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규제 방향을 정하고 제도 완성 단계로 가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도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통과가 돼버리면 그건 더 문제"라며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 3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