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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풍산(103140)그룹이 탄약사업 매각을 놓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탄약사업 매각 시 기업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고, 매각하지 않으면 류진 회장이 미국 국적인 아들에게 사업을 승계할 수 없다. 방위사업법상 외국인은 국내 방산업체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풍산은 최근 탄약사업 매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지만, 경영권 승계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향후 회사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풍산)
팔 수 없는 핵심 사업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 9일 탄약 사업 매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풍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탄약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여러 검토를 했으나, 돌연 딜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 전체 이익 구조에서 탄약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반 이상이다. 탄약 사업 매각은 밸류 저하로 직결될 수 있는 우려를 낳는다. 탄약 사업 매각 시도가 밸류업에 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풍산의 탄약 사업 매각 논의가 이어졌던 지난 3월 풍산의 주가는 15만 9200원(3월4일)에서 8만 8000원(3월31일)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탄약 사업이 풍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수익은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풍산의 탄약 사업이 기대 이하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밸류 지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풍산은 수익성 답보 상태에도 불구하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지난해 한 해 동안 2배가량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풍산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 예상치는 2400억원 수준이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183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PBR은 지난해 한 해 동안 0.6배에서 1.2배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한 밸류평가는 탄약 사업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에 탄약 공급을 우선시한 전략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풍산의 국내 탄약 매출은 직전연도 대비 33% 증가했고, 수출은 20% 감소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관련 업계는 수익성 개선이 지체됐을 뿐, 향후 수출이 확대되면 수익 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한다. 아울러 탄약 사업이 신동 사업의 들쑥날쑥한 수익성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고 본다. 탄약 사업이 여러모로 밸류 평가 기여도가 큰 셈이다.
풍산이 돌연 탄약 사업 매각 의사를 철회한 것도 밸류 저하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풍산은 2022년 탄약 사업 물적 분할을 구상했으나, 주주 반발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탄약 사업을 안고 가기에도 부담이라는 평가다. 향후 그룹 승계가 완성되려면 탄약 사업을 분리시키는 조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법상 외국인은 국내 방산업체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 미국 국적자인 류진 회장의 아들 로이스 류(
풍산홀딩스(005810) 지분율 2.43%)가 현 체제 하에서 그룹을 물려 받을 방안은 차단됐다는 평가다.
탄약 사업 매각으로 부상한 리스크
풍산이 딜 철회를 선언하면서 우선 밸류 방어를 선택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승계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매각 철회가 근본적인 밸류 불안정성을 끝내는 것이 아닌, 시한 연장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승계를 위한 선택지 역시 갈수록 좁아지는 추세다. 최근 중복상장의 원칙상 금지가 활발히 논의되면서 물적분할, 영업양도에 따른 자회사 분할 등 방식을 통한 신규 상장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여러 차례 탄약 사업에 대한 분리가 실패한 가운데, 앞으로 이러한 시도의 난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룹의 수익 핵심인 탄약 사업과 오너 일가의 승계 이슈가 맞물려 있는 만큼, 풍산그룹이 향후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가 향후 밸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풍산그룹은 지주사 풍산홀딩스를 중심으로 배당 확대 등 현재 추진 과제들을 지속할 예정이다. 풍산은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배당총액 220억원(배당성향 29.5%), 풍산은 464억원(배당성향 31.6%)를 책정했다. 다만, 이러한 배당 확대보다 근본적으로 탄약 사업이 지속되는 것이 기업 밸류 측면에서는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비철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풍산이 탄약 사업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지배구조 상 탄약 사업이 미치는 여파가 커서 향후 매각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