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해진 트럼프, 협상 압박 '올인'

트럼프 연일 강경발언…협상 압박 속 주도권 약화 신호
이란 "봉쇄 해제 없인 협상 없다"…호르무즈 재봉쇄

입력 : 2026-04-20 오후 3:49:16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차 협상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휴전 만료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지고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초조함과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강경 발언으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이지만 오히려 불리한 국면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휴전 만료를 앞두고 협상과 확전의 갈림길에서 그의 '벼랑 끝 전술'이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전쟁 장기화를 부르는 역효과를 낳을지 주목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2차 협상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 성조기가 나부끼는 모습. (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최후통첩에…미국·이란 협상 '분수령'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 협상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란이 우리의 공정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모든 발전소와 교량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를 뚫으려던 이란 화물선을 저지하고 미국 수중에 뒀다고도 했습니다. 2주간의 휴전 종료 시점(21일)을 앞두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던진 셈입니다. 
 
그러나 이란의 내부 분위기는 강경합니다. 이란 군부와 강경파를 대변하는 <타스님>은 "미국의 해상 봉쇄가 유지되는 한 협상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봉쇄로 돌아서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봉쇄 해제를 내건 것입니다. <타스님>은 또 "이란은 휴전 기간을 활용해 모든 미사일·드론 기지를 재가동했다"며 "전쟁이 재개될 경우 초반 몇 시간 내 탄도미사일 수백 기가 발사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 자체가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공개적으로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쟁이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미군 전투기 격추 사건 이후 참모들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감정 기복이 커졌고, 1979년 이란 인질 사태와 같은 정치적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의 핵심 옵션으로 거론된 하르그섬 점령 작전을 두고도 미군 사상자 우려 때문에 주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군사적 승리를 장담하면서도 동시에 비용과 정치적 후폭풍을 크게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가 압박을 받을 때마다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돌발 행동과 메시지를 쏟아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교황 공격, 연준 의장 해임 위협, '예수와 포옹하는 이미지' 게시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이는 전쟁 장기화와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 속에서 여론의 초점을 흐리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휘트 에어스는 "그는 원래부터 이런 스타일"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최근 행동이 지지율을 실제로 흔들지, 아니면 기존 인식을 바꾸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에어스에 따르면 중간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대통령 지지율입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약 39% 수준으로, 2021년 1월 퇴임 당시 기록한 3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이란 케슘섬 인근 해상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국제 공조 균열에에너지 시장 불안까지
 
국제 공조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과 걸프 국가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서둘러 불완전한 합의를 밀어붙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협상이 최소 수개월 걸릴 수 있다며 휴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차원의 군사 지원에도 선을 긋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동맹 압박 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프랑스와 영국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군사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시장 불안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병목 지점으로 봉쇄와 재봉쇄가 반복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전쟁 여파로 석유와 정제연료 공급이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특히 항공유 부족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미국 내 에너지 가격 부담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 휘발유 가격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올해 말이 될 수도 있고, 내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올해 2월 갤런당 2.9달러 수준에서 미·이란 전쟁 이후 40% 이상 급등해 현재 4.1달러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전쟁 장기화 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며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 참여자들이 아직 전쟁 리스크를 유가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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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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