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당시 인명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된 '2.5층 복층'은 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에 의해 시공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공장 직원들의 휴게 공간으로 쓰인 이곳엔 대피로나 완강기 같은 기본적 소방시설이 전혀 없었습니다. 결국 화재 직후 탈출구가 막히면서 신속한 대피가 불가능해졌고, 전체 사망자 14명 중 9명이 이곳에서 발견되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20일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현장에서 불이 난 동관 건물의 2.5층인 복층의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9명 삼킨 '공포의 2.5층'…면허 없는 업체가 공사
2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안전공업은 동관 2.5층 복층 증축을 대전시 소재 인테리어 업체인 A사에게 맡겼습니다. 이 회사는 과거에도 안전공업 공장의 화장실 보수 등 자잘한 시설 보수를 맡아온 곳입니다.
그런데 대전시청과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확인 결과, A사는 건설업 등록은 물론 관련 면허조차 없는 곳이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르면, 건설업의 등록을 위해선 키스콘에 등록해야 합니다. 대전시청 관계자도 "A사는 건설업체가 아니며 건설업 면허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현행법상 면허가 없는 업체도 인테리어·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1500만원 미만의 경미한 공사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안전공업 복층 공사의 견적은 1억8000만원 상당이었습니다. 즉, 안전공업 복층 증축은 무자격 업체가 규정의 12배를 넘는 대형 공사를 불법으로 진행한 셈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의 2에 따르면,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지자체·소방당국도 몰랐던 증축…안전은 뒷전
안전공업 공장의 2.5층 증축은 2014년 말 공장에 휴게시설이 필요하다는 노동자들의 건의에서 시작, 이듬해인 2015년 완공됐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선 공사를 어떤 업체가 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안전공업 노조 관계자는 "공장 공사 현장에서 A사 관계자가 있는 것을 보고서야 휴게시설 공사가 진행된다는 걸 인지했다"면서 "당시 직원들로선 A사의 건설 면허 보유 여부는 알 길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안전공업은 건설 면허도 없는 업체를 통해 증축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이를 직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던 겁니다.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지난 3월20일 오후 1시17분쯤 직원들은 점심식사 후 휴게 공간인 복층에서 낮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안전공업은 공사 당시 관할 구청인 대덕구청에 증축을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불법 증축이었습니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소방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 모두 복층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이유입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무자격 업체의 공사의 불법 증축 탓에 화재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의혹이 주장도 나옵니다. 수도권의 한 건설업자는 "전문성이 없는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할 경우 공사를 유야무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안전과 관련된 필수적인 시설이 설계 단계부터 배제됐을 수 있다"며 "안전공업이 A사를 통해 복층 공사를 진행한 이유는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기 위함으로 보인다. 진행돼선 안 될 공사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전문위원도 "A사는 전문건설업체가 아닌 만큼 전문성이 없는 인력을 공사에 투입했을 것으로 보이고, 본래 소요돼야 할 금액보다 싸게 공사를 했을 수도 있다"면서 "결국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복층을 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후적으로 화재 등 안전에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지난달 21일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동관 2.5층 내부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7일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수사 브리핑을 통해 문제의 2.5층 복층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소화전, 화재감지기 등 소방방제설비가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또 화재 발생 때 신속하게 피할 수 있는 대피로와 완강기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격이 없는 업체가 공사를 진행한 만큼 안전 수칙이 준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겁니다.
현재 경찰은 A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압수물 분석을 통해 복층을 공사한 경위 등 자세한 사안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지난 16일 A사를 직접 방문한 데 이어 4일 동안에 걸쳐 무자격 업체가 안전공업 공사를 수행하게 된 경우 등에 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으나 A사는 "언론 대응을 하지 않겠다"라고만 답했습니다. 안전공업에도 A사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게 된 과정에 관한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신이 없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