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소 게시판에 물건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오피스텔과 빌라 전세시장까지 들썩이고 있습니다.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대체재를 찾아 나서면서 비(非)아파트 전세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는 모습입니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달 6억원을 넘어서며 2022년 10월 이후 3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6억원 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전세 물량 감소세에 따른 현상입니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물량은 1만5164건으로, 2023년 4월20일(4만2026건)과 비교하면 3년 새 64%가량 급감했습니다.
전세난 갈수록 심각…'노룩' 계약도 등장
1년 전인 지난해 4월20일(2만7854건)과 비교해도 45.56% 줄어든 수치입니다. 올 들어서만 보더라도 1월20일 2만2021건에서 2월 2만242건, 3월 1만7352건, 4월 1만5164건으로 매달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월세 물량도 같은 기간 2만642건에서 1만4762건으로 줄며 전세와 월세를 가리지 않고 임대차 매물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실제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100.8로,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수요 우위 국면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104.1까지 상승하며, 전세 대란 시기로 꼽히는 2021년 9월(109.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실수요가 많은 현장에서도 매물 부족을 실감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노원구 상계동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포레나 노원의 경우 1062가구인데 20평대 매물은 6억5000만원짜리 1건만 남아 있고, 30평대 전세는 최근 8억원에 거래됐다"며 "지난해 가을 5억원대 거래 이후 꾸준히 가격이 상승했고, 기존 거주자들이 계약을 연장하면서 노원역 일대에는 사실상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동대문구 휘경동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이문·휘경 뉴타운 일대는 현재 전세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준신축 등 상태가 좋은 아파트는 전세가 대부분 7억원을 웃돌고, 최근 두세 달 사이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현장에서는 집을 직접 보지도 않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이른바 '노룩(No-Look)' 계약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3건, 월세가 5건에 불과한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가 눈에 띄게 없어지면서 어차피 집을 사는 건 아니니 일단 계약하고 보자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특히 지난주부터 시작된 다주택자 만기 연장 금지 조치로 집주인 손바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장에선 안전한 전세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습니다.
비아파트 전·월셋값 줄줄이 고점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는 아파트 전세시장의 열기는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으로도 번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연립·다세대 전셋값지수는 100.31로 전월 대비 0.18% 상승했습니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전셋값지수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기반으로 산출되는 지표로, 기준값(100)을 중심으로 전셋값의 상승 또는 하락 정도를 나타냅니다. 지수가 100을 웃돌고 상승폭이 확대될수록 전반적인 전셋값 상승세가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피스텔 전세값도 오름세가 가파릅니다. 올해 1분기 오피스텔 전세값은 0.24% 상승해 4년 3개월(1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아파트 전세 시장의 불안이 비아파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인 셈입니다.
비아파트 매매가도 들썩입니다. 1분기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0.23% 올랐습니다. KB부동산 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도권 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68% 상승하며 18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동기간 거래량은 7383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5.09%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에 비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심화했습니다. 올해 서울 오피스텔 입주예정 물량은 1447실에 불과해 2025년(4156실) 대비 65.2% 감소했습니다. 이는 1999년 이후 27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서울 비아파트 착공 비중도 2021년 39.7%에서 2025년 14.5%로 급락했습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빌라·오피스텔로 밀려나고, 그마저도 매물이 줄면서 결국 월세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32% 감소하고 비아파트 착공도 급감한 상황이어서 하반기로 갈수록 전세난이 비아파트 시장까지 더욱 짓누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