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감사원이 금융감독원의 중간발표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어 금융권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 재임 당시 검사 확정 결과 전에 잠정 결과를 발표하는 게 관행처럼 이뤄져 무죄추정 원칙 위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억울함을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금융사들은 중간발표 관행을 개선해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비밀유지 원칙' 위반 여부 감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이 금감원을 상대로 상대로 예비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검사 과정에서의 '중간 검사결과 발표' 등이 법령상 비밀유지 원칙을 위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과거 검사·제재 과정에서 이뤄진 중간 검사결과 발표와 언론 대상 백브리핑 운용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사 종료 전 정보공개는 금융위원회 설치법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상 비밀유지 원칙에 따라 제한됩니다.
중간발표는 검사나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일정 수준의 사실관계나 점검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예외적으로 활용돼 온 관행입니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사고나 시장 영향이 큰 사안에서 보도자료나 브리핑 형태로 관련 내용을 설명해왔습니다.
중간발표가 논란이 된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2024년 총선 기간에 정치권 인사의 불법대출 의혹 검사 건이 꼽힙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역구 의원 후보의 '작업대출' 의혹이 불거졌고, 금감원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곧바로 지역 새마을금고에 현장검사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선 금감원이 공동검사를 벌인지 이틀 만에 속도전으로 잠정 결론을 발표한 것을 두고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비판을 내놨습니다.
또한 금감원은 지난해 1월 KB·우리·농협금융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금융지주 및 은행에서 적발된 핵심 위규 사례를 선별해 발표했습니다. 금융사고·지배구조 등을 공통 항목으로 분류한 다음 'A사' 'B사' 식으로 익명으로 처리해 중간발표를 했지만, 금감원이 설명하는 검사내용과 위규 의혹을 봤을 때 어느 금융사인지는 충분히 구분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당시 금감원이 내부통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중간발표를 했지만, 이 전 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문책 압박을 이어갈 때였다"며 "우리금융만으로 중간검사를 하기가 예민하니까 다른 금융지주사와 같이 정기검사를 묶어 발표했다는 시선을 거둘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같은 해 4월에는
기업은행(024110) 전현직 직원 부당대출 사고 관련 중간발표도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검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882억원대 부당대출 사실과 조직적 은폐 정황을 브리핑했습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부당대출 연루 금액이 정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혐의가 흘러나오다 보니 부당대출 규모가 1000억이 넘는다는 추측까지 쏟아져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곤욕을 치렀다"고 전했습니다.
감사원이 최근 검사 중간발표 관련 자료 제출을 금감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감사원 입구를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피의사실 공표 문제 개선해야"
다만 금융위원회설치법에 명시된 '청렴 및 비밀 유지 의무'로 금감원의 중간검사 결과 발표를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해당 의무 조항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직무상의 목적 외에 이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피감기관이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이익을 제공할 목적으로 감독·검사 관련 정보를 흘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거나 재판 등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 잠정 결과 공개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큰 공통 문제에 대해서는 검사 기간이 길어지면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펀드 등 중대 위반 사안에 대한 중간발표는 종종 있었습니다. 금감원뿐만 아니라 정부기관 대부분은 중요 정책 발표에 대해 참고 자료를 공개하거나 브리핑을 진행해왔습니다. 최근 수년간 수백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횡령 등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중간발표가 빈번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중간검사 발표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수시검사나 정기검사 결과가 모두 제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이미 입은 타격을 회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고의 규모와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검사 결과를 받는 데 까지 일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며 "국회에서도 관련 자료를 받아보기 힘든 내용을 금감원장 발언이나 중간 브리핑의 이름을 빌려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금감원은 이미 관련 기준을 손보는 방향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지난 2월 발표한 '2026년 업무계획'에는 검사 프로세스 개선 방안의 하나로 중간 검사결과 발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공익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부처나 금융당국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사고에 대해 관련 진행 상황이나 방향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금감원이 금융사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감독·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데 금융시스템 안정과 소비자보호 목적을 우선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