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우상향'…금융지주 충당금 공포 엄습

입력 : 2026-04-21 오후 5:26:54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에 경고등이 켜지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 기업대출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도 은행권 건전성 지표 악화를 예의 주시하고 손실 흡수 능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호실적 속 건전성 악화 경고등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앞으로 금융지주 실적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가 적립하는 충당금은 대출자산 부실에 대비한 예비 자금입니다. 충당금은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킵니다.
 
자산의 질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에는 경고등이 들어왔습니다. KB·신한·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NPL)은 지난 2024년 말 10조8684억원에서 2025년 말 11조9346억원으로 9.8% 증가했습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빌려준 돈 중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의미합니다. 같은 기간 NPL비율도 금융지주별로 0.01~0.1%p 상승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와중에도 한편에서는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입니다.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4대 금융의 적립률은 2024년 말 143.8%에서 2025년 말 128.3%로 낮아졌습니다. 부실채권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감당할 충당금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은행권의 손실 흡수 능력이 과거보다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난 2023년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른 이후 금융지주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상호관세 부담 등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는데요. 이후 충당금 적립규모를 서서히 줄어갔지만 고환율 장기화라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충당금 감소는 과거 선제적 적립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고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대손비용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달부터 중동발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건전성 관리에 대한 당국 주문이 강화되고 있어 충당금 적립 압박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업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충당금이 앞으로 실적 변수"
 
금융지주사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연체율 상승도 심상치 않습니다. 연체율 상승은 향후 고정이하여신 확대와 충당금 적립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선행지표로 평가됩니다. 현재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가 제기됩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국내 은행 원화 연체율은 0.62%로, 전월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5월(0.6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대내외 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경기가 둔화되며 중소 법인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졌습니다.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1.02%로 전월보다 0.13%포인트 뛰었습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올 들어 3개월간 15조483억원 늘어나며 전년 동기(4조5868억원)의 3배 이상으로 불어난 가운데, 부실 위험도 동반 확대된 것입니다.
 
대기업 연체율 역시 2월 말 기준 0.19%로, 2023년 10월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국내 경기 악화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 전반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동 리스크가 반영되기 이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역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지방은행 연체율은 1%를 웃돌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북은행의 연체율은 1.46%, 제주은행은 1.6%까지 올라섰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연체율이 1%를 넘겼다는 것이 위험신호로 볼 수 있다"며 "국내 은행 연체율이 코로나 사태가 끝난 직후 저점을 찍었다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에 대비해 충분한 수준의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인데요.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몇 년간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왔지만 앞으로 전망이 마냥 밝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장 가계대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고 환율과 은행채 금리가 요동치는 상황도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 들어 1530원을 돌파할 정도로 뛰었는데 대규모 환평가손실 발생이 불가피합니다. 여기에 생산적금융 확대, 석유화학 사업 재편 등을 위한 금융지원도 상당한 비용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고 구조적 리스크가 커서 금융지주들은 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져 순익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게자는 "가계대출이 빠지는 공백에 기업대출을 채워 넣게 되는데 건전성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 과제"라며 "올해는 실적 키워드는 충당금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올랐다. 특히 중소법인 연체율은 한달새 0.13%포인트 오른 1.02%에 달했다. 통상 은행권에서 연체율 1%는 대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신호로 해석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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