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알뜰폰 공용 유심을 도입하며 알뜰폰(MVNO) 시장 공략에 나섭니다. 그동안 이동통신(MNO)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알뜰폰 사업에 소극적이었던 기조에서 벗어나, 이용자 유입 확대를 위한 전략 전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지난해 유심 해킹 사태 이후 약화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대응 카드 성격도 짙다는 분석입니다.
27일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는 이마트24와 손잡고 SK텔레콤망 알뜰폰 간 호환이 가능한 간편유심을 전국 이마트24 매장에서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간편유심은 특정 알뜰폰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고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이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용 유심으로, SK텔링크를 통해 공급됩니다. 이용자는 전국 5500여개 이마트24 매장에서 유심을 구매한 뒤 원하는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제를 선택해 즉시 개통할 수 있습니다. 간편유심 전용 포털도 함께 오픈됐습니다. 참여 사업자 정보와 구매처, 배송 안내 등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SK텔레콤망 간편유심 사이트. (이미지=간편유심 홈페이지)
현재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사업자는 아이즈모바일, 티플러스, 핀다이렉트, 안심모바일, 세븐모바일, KB리브모바일, 토스모바일 등입니다. 이 가운데 일부 사업자는 다음달부터 당일택배·퀵배송을 통해 유심을 받아 즉시 개통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SK텔링크는 "공용 유심 기반의 상생 협력 모델로, 개별 사업자가 각각 운영하던 유통·물류 구조를 효율화할 수 있다"며 "이용자 선택권 확대와 시장경쟁력 제고가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번 행보는 단순한 유통 혁신을 넘어, 알뜰폰 전략을 재정비하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알뜰폰 회선 확대가 자사 MNO 가입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알뜰폰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높은 MNO 가입자가 줄어들고, 전체 수익 구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업 전략 차이로도 이어졌습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032640)는 시장 내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알뜰폰 회선 확대에 적극 나섰고,
KT(030200) 역시 이에 대응하며 알뜰폰 사업을 주요 성장 축으로 키워왔습니다. 반면 SK텔레콤은 지난 2021년 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불거지자 "방향성이 정해지면 따르겠다"며 알뜰폰 철수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등 소극적 태도로 유지해 왔습니다.
SK텔레콤의 알뜰폰 시장 내 존재감도 제한적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SK텔레콤망 알뜰폰 회선은 181만3722개로, KT(400만9164개), LG유플러스(457만3775개) 등 각사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SK텔레콤의 전략 변화는 MNO 점유율 방어와 가입자 확대라는 이중 과제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2월 기준 SK텔레콤 MNO 가입자는 2241만2643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39%로 4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는 점유율 회복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 직후 "점유율 40%가 무너진 것은 MNO뿐 아니라 알뜰폰 등의 부진이 지속된 영향도 있다"면서 "올해 목표는 가입자 순증이며, 1월과 2월에는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의 순증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40%를 넘어 기대하는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MNO와 MVNO를 동시에 확대하는 쌍끌이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알뜰폰을 통해 가입자를 확대하고 KT가 이에 대응해 시장을 키워온 것과 달리, SK텔레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해 왔다"며 "최근에는 점유율 회복 필요성이 커지면서 알뜰폰을 적극적인 유입 채널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