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최대 모터쇼로 발돋움 한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가 지난 24일 막을 올렸습니다. 축구장 53개 크기에 상응하는 38만㎡(약 11만5000평) 규모 행사장에 총 1451대의 차량이 전시됐는데요. 이번 모터쇼에서 첫 공개되는 모델만 181대에 이릅니다. 열흘간의 행사 기간 동안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갈 것으로 예측되는 등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으로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지요.
2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확대된 규모로 열리는 이번 모터쇼는 '지능의 미래'라는 주제에 걸맞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치열한 기술 경연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벤츠, BMW,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물론 창안모터스, BYD, 지리, 체리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기업, 샤오미, 샤오펑, 리샹 등 스마트카 업체 등 참여 기업이 선보인 콘셉트카는 71대에 달했습니다.
중국 <신경보> 24일자 지면 1면 모습. (사진=신경보 지면 PDF 캡처)
중국 시장에서 절치부심하며 부활을 노리는 현대차도 이번 베이징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아이오닉 어스'와 신차 '아이오닉V'를 공개했습니다.
아이오닉V는 현대차의 첫 번재 중국 전략형 모델입니다. 지난 10일 콘셉트카를 공개한 이후 보름여 만에 거의 동일한 모양의 양산차를 선보인 것인데요. "중국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상품성을 갖췄다"고 자신하는 현대차의 모습에서 중국 시장 공략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현대차가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신형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V'를 공개했다. (사진=현대차)
실제로 아이오닉V에는 현대차의 전기차 플랫폼 E-GMP가 아닌 베이징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이 적용됐습니다. 배터리는 CATL과 협업한 배터리가 탑재됐는데, 1회 충전 기준 600㎞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습니다. 또한 중국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 모멘타와 협업해 향상된 ADAS 기능도 적용됐습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In China, For China, To Global'(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를 향해) 전략을 구현하겠다는 방침인데요. 향후 5년간 20종의 신차를 중국에서 출시하고, 연간 5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중국은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시장"이라고도 언급하며 중국의 전략적 위상을 강조했는데요. 이는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의 연간 신차 판매량은 2500만~3000만대에 달하는데요. 자동차 왕국인 미국보다도 2배가량 많은 수치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신차 판매의 절반 정도를 전기차가 차지할 만큼, 친환경에너지 차량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이 글로벌 생산기지에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을 거쳐 신기술의 전진기지로 변모하고 있는 중인 것이죠.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지원이 있습니다. 2009년부터 중국 정부는 배터리·전기차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보조금 정책을 개시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뒤쳐졌던 기술 역량을 전기차를 비롯한 미래차 영역에서 뒤집으려 했던 것인데요. 글로벌 기관들의 추산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지금까지 지급된 보조금 규모는 2300억달러(약 330조원)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직접적인 보조금 대신 구매세 등을 면제해 주는 세금 감면 혜택으로 지원의 방향을 옮겨 가고 있는데요. 올해부터는 세금 감면율이 종전 100%에서 50%로 줄었지만 여전히 17%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중국 <환구시보> 25일자 지면 1면 모습. 베이징 모터쇼에서 전시된 '플라잉카'의 사진이 실렸다. (사진=환구시보 지면 PDF)
아울러 중국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등 핵심 부품에서도 기술 초격차를 실현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터쇼 기간에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이 6분 만에 충전을 완료해 1500㎞를 주행할 수 있는 최신 배터리를 선보였는데요.
BYD도 초고속 충전 기술의 극한을 적용한 2세대 배터리 '블레이드'를 공개했습니다.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데 5분, 97%까지는 9분밖에 걸리지 않는 2세대 블레이드는 영하 30도의 환경에서도 12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해 전기차의 최대 난제인 배터리 방전 문제를 사실상 해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중국 내수시장의 포화로 질적 재편이 진행되고 있고, 이에 자생력이 없는 중소 브랜드는 대거 퇴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1분기 중국 전기차의 수출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같은 추세는 한국 내 중국 전기차 비중이 크게 늘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은 34%로 집계됐는데요. 2022년 4.7%에서 3년 만에 7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중국 대표 전기차 브랜드 BYD가 한국 시장 진출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는데, 지난 1995년 한국에 첫발을 딛은 BMW가 7년 만에 1만대 고지를 밟은 것과 비교하면 중국 전기차 돌풍이 얼마나 거센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BYD에 이어 지커, 샤오펑, 체리 등 브랜드도 줄줄이 한국 상륙을 준비 중입니다.
또한 과거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았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그러했듯, 중국 기업들도 해외 생산 거점과 연구개발(R&D) 센터 확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상하이자동차가 스페인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려는 것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은 동남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등지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환구시보>는 "중국 기업들이 현지 고용과 기술개발 등 측면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