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 향한 공격, 환청·망상 영향 존재”

정신장애형 이상동기범죄, 예방못하면 집단 트라우마 2차 피해까지

입력 : 2026-04-29 오전 11:56:04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종종 외래에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높은 수준의 분노를 표출하는 환자를 발견하곤 합니다. 분노의 원인이 불분명한데 그 공격의 상대는 타인으로 향하게 됩니다. 내 일이 안 풀려서 생긴 분노인데, 가족들에게 공격을 터뜨리는 식입니다. 중증 정신질환자 중 공격성이 높은 환자에게 가족들이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격은 명백하게 환청과 망상의 영향이 있다고도 판단하고 있습니다.” 심민영 정신과 전문의(전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의 설명입니다.
 
정신장애형 이상동기범죄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결부돼 이상동기범죄의 주원인으로 오해받는 측면이 존재한다. 동시에 적시 치료 개입과 지역사회의 돌봄 및 지속적 관리가 제공될 때 개선 및 예방이 가능한 유형으로 판단된다. (사진=김양균 기자)
 
우리 사회에서 이상동기범죄, 속칭 묻지마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신림역·서현역 살인사건 △2024년 일본도 살인사건 △2025년 미아동 슈퍼마켓·대전 여교사 살인사건 △2026년 모텔 수면제 연쇄살인 사건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상동기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범죄백서에 따르면, 이상동기범죄는 △피해자 무관련성 △동기 이상성 △행위 비전형성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범죄입니다. 범죄 유형은 △현실불만형·만성분노형 △이유 없는 범죄자 △정신장애형 등으로 분류됩니다.  
 
그중에서도 정신장애형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결부돼 이상동기범죄의 주원인으로 오해받는 측면이 있습니다. 동시에 적시 치료 개입과 지역사회의 돌봄 및 지속적 관리가 제공될 때 개선 및 예방이 가능한 유형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법무부가 지난해 9월 16일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이상동기 범죄 위험군 선별 및 관리감독 강화 방안’은 상당부분 정신장애형에 중점을 둔 제도로 보입니다. 제도의 골자는 이상동기 범죄 위험군으로 분류된 대상자들에게 정신과 치료 및 처방 약물복용 여부를 검사하거나 매월 진료 내용을 확인하고, 복약 검사로 처방약 복용 여부 점검하는 것입니다. 매달 이들의 정신건강 상태 점검, 심리 및 입원 치료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이상동기범죄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참혹합니다. 범죄 피해 당사자뿐만 아닌 제삼자에 대한 집단 트라우마로도 피해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 전문의는 “자주 가는 지하철역, 쇼핑몰이나 출퇴근 거리, 상점 등지에서 발생한 이상동기범죄와 그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공격을 당한 상황을 본인에게 이입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상황뿐만 아니라 연령과 성별 등도 동질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심 전문의는 “홀로코스트는 민족적 차원에서 집단 트라우마를 발생시켰고, 세월호 참사 당시 피해자와 비슷한 또래 학생들이 영향을 받아 20~30%가량이 간접 외상을 호소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집단 트라우마는 사건이 나에 대입되기 쉽거나 피해자와의 동질성이 있을 때 커집니다. 이에 따라 불안해하는 사람을 보며 주변 사람도 영향을 받습니다. 만약 가족 중 누군가가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데 지하철에서 이상동기범죄가 발생했다면? 다른 가족도 트라우마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집단 트라우마는 퍼져나갑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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