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현대차그룹은 사상 최대규모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강호돈 현대차 울산공장장 후임으로 김억조 현대차 체코법인장이 임명됐다는 자료를 내놨다.
외부에 공식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울산공장장 인사와 함께 국내영업부서 수장도 바꿨다.
김충호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부사장)이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김 본부장 개인으로서는 지난해 기아차의 눈부신 판매실적을 인정받아 영전을 한 셈이지만, 기아차 임직원들에게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인사였다.
판매영업분야 전문가인 김 본부장은 지난 2008년 현대차에서 기아차로 옮긴 뒤 기아차의 가파른 판매 상승세를 이끌었다. 기아차 내수 점유율은 20%를 갓 넘기던 수준에서 김 본부장 부임 이후 지난해에는 34%까지 치솟았다.
반면 지난해 현대차는 국내 4개 완성차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판매 하락의 부진을 겪었다.
언뜻 보기에도 내수부진의 현대차를 구하기 위해 기아차의 '대들보'를 빼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기아차가 허탈해 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기아차는 지난해 내놓은 신차들이 줄줄이 성공을 거두며 올해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영업수장을 빼앗긴 셈이 됐다.
특히 이번 일이 선례가 되면서 앞으로도 성과가 좋은 인재들을 속속 빼갈 것이라는 자괴감도 있을 법하다.
현대차가 울산공장장 인사는 발표하면서 같은 부사장급인 영업본부장 인사는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도 현대차그룹의 일원이고 인사의 전권이 그룹 최고경영진에 있긴 하지만 대표회사의 실적만 우선하고 계열사 사기는 안중에 없는 듯한 이번 인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더구나 내수 및 전세계 시장에서 기아차와 현대차는 엄연한 직접 경쟁관계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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