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경제과제)④올해 일자리감소 예상

성장률 둔화, 대기업 작년보다 채용 축소
"웬만한 정책 다 썼다..남은 2년 고용시장 구조개선 추진해야"

입력 : 2011-01-06 오후 12:07:05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지난해 국내 신규 취업자는 정부의 대대적인 공공 일자리 창출에 힘입어 31만개 수준으로 추산되지만,  올해 일자리 사정은 지난해보다도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된다는 전제 아래 수출증가세와 설비투자증가세 등 민간부문의 활력도 저하되면서 당분간 큰 폭의 일자리를 얻어낼 부분은 찾기 힘들다.
 
정부는 또다시 공적부문의 힘을 빌어 상반기 공공기관 정규직을 1만명 채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청년 구직자에게 '반가운' 일자리가 될 지는 불투명하다.
 
◇ 성장률 전망 불분명..일자리 예상보다 더 줄어들 듯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대로 예측했을 때 일자리가 28만개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6.1%를 구가했지만 올해 성장률은 이보다 1%포인트 낮은 5%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5%대 성장률'도 정부가 내놓은 수치일 뿐,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수한 예측력을 발휘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2%, 삼성경제연구소는 3.8%까지 낮게 보고 있다. 
 
경제성장이 정부 예측치인 5%보다 낮아진다면 일자리 창출 역시 정부가 전망하는 28만개 달성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민간연구기관 대비 일자리 전망치가 높다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성장률을 5%내외로 보고 있고 이에 따라 취업자수도 28만명 안팎으로 봤다. 다른 연구기관들은 성장률을 이보다 낮게 잡아 취업자수 증가폭도 상대적으로 낮게 본 것"이라며 "일자리는 역시 성장률을 따라 가는 것이긴 하다"고 답했다.
 
만약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와 달리 나온다면 일자리 수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1년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 반기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을 20만명대 초반으로 예상했다. 정부 전망치와는 8만명이나 차이가 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제조업, 건설업 부문의 일자리 사정이 나쁘지 않아 30만명대의 일자리 증가를 이룰 수 있었지만 올해의 경우 수출증가세와 설비투자증가세가 작년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업 즉, 민간부문의 활력이 저하되면서 제조업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힘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제 올해 대기업들의 대졸인력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일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265개사의 채용 예정인원이 2만4692명으로 지난해보다 3.7%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 공공기관 1만명 신규채용, 파급효과 회의적
 
올해 일자리 사정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면서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신규채용 1만명' 카드를 제시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인원은 7000명이었으나 올해 3000명 늘려 1만명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부문(▲ 서울대병원 389명 ▲ 경북대병원 326명 ▲ 경상대병원 326명 등)에서 2350명 가량을 채용한다.
 
이어 채용인원이 많은 부분은 원전사업과 관련한 에너지 분야로 (▲ 한국수력원자력 570명 ▲ 한국전력 231명 ▲ 한국전력기술 215명 ▲ 남동발전 145명 ▲ 남부발전 118명 ▲ 중부발전 130명 ▲ 한전 KPS 250명 ▲ 가스공사 150명 ▲ 지역난방공사 137명 등)에서 2290여 명을 뽑는다. 보건.복지와 에너지 부문에서 전체 채용인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임상훈 한양대 경제학 교수(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는 "1만명이라는 수치는 상징적인 것일 뿐"이라며 "공공기관 일자리를 늘려 대기업을 압박하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현실화된다면 3000명이 느는 것인데 단순 숫자에 따른 지표적 효과는 있겠지만 실질적인 영향은 장담하지 못한다"며 "해당 분야가 에너지, 보건복지 분야로 특정 전문기술을 요하는 점 또한 단순히 공기업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에서 큰 파급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웬만한 정책 다 썼다..노동시장 구조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이제 재정투입,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 단기대책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유연화'와 같은 구조적 해법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제 쓸 수 있는 정책은 거의 다 사용했다"며 "남은 2년간 비정규직법 완화 등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민중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계속 지속될 수는 없지 않나. 수치를 올리려고 또다른 재정정책을 쓴다든지 하는 방법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며 "노동시장 구조 전반에 대해 고민해볼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경우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고 당시 노동계 등의 거센반발에 밀려 표류한 바 있다.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민감한 문제다.
 
채용시장의 '인력 미스매치(수급 불일치)'만 해결해도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제시된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고용시장의 미스매치 부분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청년층의 경우 눈높이가 높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대학교육 자체도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년층의 경우 주로 경력직으로 채용되는데 신기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민간 직업훈련소를 전문화시켜 수요자 중심의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자영업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도 직업훈련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연구위원은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는 기존에 마련돼 있던 구인구직 인프라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직업알선소의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현 고용보험 시스템 이용, 민간부문을 활성화시켜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며 "실업급여 상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체크해 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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