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구제역 사태가 사상최악으로 치달으며 한우와 돼지고기 값도 들썩이고 있다.
살처분이 100만마리를 넘어 계속되고 있어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도매가격은 이미 10% 이상 올랐다. 아직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소매가격 급등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2월 초 설날 명절을 전후에 수요가 늘면 한우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한우값 최근 1주간 11% 상승..살처분에 연일 늘어 공급 줄어
7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쇠고기와 돼지고기 경락가격은 10%이상 오른것으로 조사됐다.
6일 기준 한우 값은 1킬로그램(kg) 당 1만6613원으로 지난12월 평균 1만4900원보다 11%가량 올랐다.
돼지고기는 1kg당 5081원으로 전달 가격 4344원보다 16% 상승했다.
육류가격 인상은 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구제역 발생 이후 7일까지 살처분된 소와 돼지는 총 107만여마리로 100만마리를 넘어서는 등 연일 늘어나고 있다.
이미 돼지 85만만리가 살처분됐지만 돼지농가에 구제역이 빠르게 퍼지면서 농림수산식품부는 6일 돼지에도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설날 앞두고 유통업체들 '비상' .."가격 장담 못해"
살처분되는 한우와 돼지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자 백화점고 대형 할인마트 등 유통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우선물세트와 제수용 쇠고기 수요가 급등하는 설을 앞두고 물량확보가 어려워진데다 한우 도매가 상승, 구제역으로 인한 소비 심리 악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한우값이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마트는 한우 가격과 관련, '설 이후는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같은 대형 마트에서 취급하는 한우는 70%가 냉동이고 30%만이 냉장이다. 이마트 측은 냉동 한우의 경우 판매시점의 6개월 전부터 도축에 들어가기 때문에 설 명절을 대비한 수요는 비축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신선육이다. 마장원 이마트 대리는 "명절 초기(1월 20일 이전)까지는 물량이 확보돼 가격변동은 없을 것 같다"며 "그러나 설(2월 초)엔 명절선물과 제수용품으로 수요가 커지는데 구제역이 더 확산되면 (가격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비축량 있어 소매값 당분간 유지"
그러나 한우값 상승이 당장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마트는 지난 6일부터 한우 등 주요 생필품 가격을 1년간 동결하는 행사에 들어갔다. 지난달까지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한우 1등급 등심은 100g당 7450원이었지만 행사를 시작하며 5800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구제역으로 한우 가격이 상승해도 소비자가격은 일정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신세계 백화점과 롯데 백화점도 당분간 한우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실제 구제역 발생 이후 한우의 소비자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밝힌 한우 소매가격은 5일 기준 500그램(g)에 3만5850원으로 전달 평균가격에서 보합세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위축과 이를 우려한 유통업체의 가격 동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롯데 백화점도 소비위축을 우려해 당분간 한우 가격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경수 롯데백화점 홍보팀 대리는 "백화점에서 소비되는 한우량이 많지 않은데다, 전라도나 제주도 등에서 물량수급을 확보한 상태라 가격 변동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대형마트 등 소비위축 우려 확산
구제역이 한우 소비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마장원 이마트 대리는 "1월초 한우 판매가 5%가량 감소했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지난 2000년과는 달리 구제역이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호 신세계 백화점 홍보팀 대리는 "한우 가격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구제역 파동에도 가격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매출을 낙관했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들은 여전히 불안한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이 계속 확산된다면 장기적으로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경수 롯데백화점 대리는 "인체에 해가 없다고 해도 선물로 주기에 꺼려질 수 있어 설 명절 소비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