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한국경제과제)⑥가계빚 900조 '시한폭탄' 터질라

경제·금융 전문가들 가계빚 '올해 최대 과제' 한목소리
금리인상 불가피·가계파산 딜레마..경제 '나락'에 빠질수도

입력 : 2011-01-10 오전 11:38:10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올해 한국경제 큰 숙제는 가계빚"(박현주 미래에셋자산운용 회장)
"가계빚은 한국경제의 만성적 고질병이다"(이성태 한국은행 전 총재)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짐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김석동 금융위원장 )
 
금융권 인사들이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큰 도전과제로 가계빚을 꼽고 있다. 물가상승 압박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가운데, 줄어들기는커녕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빚으로 인해 가계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물가와 함께 가계부채 문제에 경제정책의 초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고삐풀린 가계빚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정책수단이 무엇일지, 물가관리(금리인상)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가계부채 900조..10년뒤 소득보다 빚이 더 많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개인부문 금융부채 잔액은 896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 증가액은 19조2000억원으로, 2008년 2분기 22조 9000억원 이래 가장 크게 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지난해 말 이미 가계부채 잔액이 9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가계빚 자체가 늘어나는 것보다 증가속도와 구조에 있다.한국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향후 가계부채는 매년 약 9.7%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빚을 갚기 어려운 정도를 보여주는 가계부채배율은 GDP대비 86% ,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로는 153%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 GDP가 1100조원이라고 하면 가계빚이 GDP의 80%를 훌쩍 넘어선 수준이어서, '거품(빚)으로 이룬 성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권 관계자는"가계부채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면 10년 후에는 가계부채가 GDP규모를 추월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배율이 200%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 이는 곧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소득의 상당부분을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써야하므로 소비와 저축이 동시에 줄어들기때문이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가계부채를 해결하지 않고는 민간소비가 살아나기 어렵고 이는 곧 투자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시 가계부실 우려
 
가계빚의 60%가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이 식으면서 주춤했던 주택담보대출은 최근 재자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조9000억원으로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누적 주택담보대출잔액도 사상최고치인 379조3000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상환구조도 악성이다. 외국의 모기지대출은 대부분 원금과 이자를 20~30년간 장기간 나눠갚는 방식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일정기간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고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식이다. 빚 자체가 줄어드는데 아니기때문에 만기시 원금상환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90%이상이 변동금리대출이어서 금리인상에도 취약하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기준금리 1%포인트만 올라도 개인이 갚아야 할 이자부담은 연 4조원 이상으로 빚을 갚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주택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못하면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개인들이 집을 내다팔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값이 정점에 이른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대출자들이 한꺼번에 집을 팔겠다고 나서면 집값은 더욱 떨어지고 이는 다시 부동산거품 붕괴를 가져오면서 연쇄적으로 가계파산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불과 2년전 미국경제 몰락의 신호탄으로 불리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그 사례다.  
 
◇ 금융당국 선제대응 의지 밝혔지만.. 실효성 논란
 
가계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도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겠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가계부채 증가율이 실물경제 성장속도보다 빠르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부채가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김석동 신임 금융위원장도 "PF대출과 함께 가계부채로 인한 문제가 경제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해나가겠다"고 신년사를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의 거치기간 연장을 자제하는 등 만기구조의 전환을 유도하려 했으나 업계의 강한 반발에 좌절된 바 있다. 또 윤증현 재정장관이 지난해말 밝힌 '가계대출 총량 규제' 역시 '자율성 훼손'이라는 논란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직접 대출관리에 나서는 게 적절한가란 논란과 함께 서민 자금줄을 정부가 옥죌 수 있다는 반발이다.  
 
정부로서는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어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실화는 딜레마다. 가계부실을 막자고 주택관련 대출을 억제시키면 관치금융 비판에다 부동산경기가 얼어붙는 것 역시 정부로서는 고민이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거나 거품이 빠지면 내년 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은 표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적 우려는 접어두더라도 눈덩이 빚으로 인한 가계파산 시작되면 한국경제는 10여년 전 IMF 사태나 일본 장기침체, 또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가계빚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올해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이 시한폭탄을 어떻게 제거해 나갈지 또는 무리없이 제거할 수 있을지가 올해 우리경제의 최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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