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사양으로 비싸지는 경차, 탈까? 말까?

입력 : 2011-01-12 오후 4:46:59
[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불과 몇년전만 하더라도 생애 첫 차(엔트리 카)로 가장 각광을 받던 모델은 보다 값싼 가격에 뛰어난 연비를 자랑하는 경차였다.
 
하지만 최근들어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첨단장비를 갖춘 경차를 선보이자 엔트리 카로써의 경차의 매력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 늘어나는 경차시장..무늬만 경차?
 
일반적으로 국내시장에서 경차는 배기량 1000CC 미만에 구매가격이 1000만원대 이하로 저렴해 첫 차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안성마춤이었다.
 
여기에 낮은 유지비와 각종 세금 면제는 물론 보다 작은 사이즈로, 초보 운전자로서는 경제성과 실용성을 갖춘 최적의 선택이었다.
 
특히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경차 판매는 지난 2009년에 비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경차는 지난해 전체 국내판매의 13.2%에 달하는 16만579대가 팔렸다.
 
소형차와 대형차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경차는 전년동기대비 18.3% 늘어난 판매증가에 힘입어 전체 판매비중도 전년(11.6%)보다 2%포인트 가까이 늘어낫다.
 
연간 승용차 판매량에서도 기아차(000270) 뉴모닝은 10만1570대, 지엠대우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5만6184대를 판매하며 각각 3위와 7위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 비중도 각각 8.3%와 4.6%로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두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2.9%에 달했다.
 
◇ 성능따라 높아진 가격..'cc당 1만원' 공식 깨져
 
문제는 높아진 성능만큼 올라간 가격이다.
 
지난해 3위의 내수 판매실적을 보였던 스테디셀러 모닝은 수동 변속기 기준으로 가솔린 모델은 746만~977만원, 액화석유가스(LPI) 모델은 885만~1030만원에 판매됐다.
 
마티즈도 클래식 모델이 623만~733만원에 머물렀지만 지난 2009년 모델 체인지를 통해 다양한 기본사양을 탑재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가솔린모델은 810만~1126만원, lpi모델은 1040만~1226만원에 달했다.
 
오는 1월말 출시를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사전계약을 받고있는 신형 모닝의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스마트 모델은 880~1010만원, 디럭스 모델 1000~1100만원, 럭셔리 모델 1105~1155만원으로 정해졌다.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100만원 가량의 자동 변속기 사양을 추가하면 왠만한 중소형 중고차 가격과 맞먹는 1300만원대를 훌쩍 뛰어넘게된다.
 
기아차(000270)는 넓어진 차체에 강화된 고급 사양으로 기존 모닝보다 가격이 30만~90만원 가량 더 높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 고사양 경차, '공공재 법칙' 무너져
 
전문가들은 이처럼 업계가 경차에 각종 편의사양을 추가하며 가격을 올리는 것은, 결국 다소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형화·고연비'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일정 부분 경차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경차는 정부의 각종 지원과 에너지 절약 정책 등을 감안하면 사회적 공공재로 간주해야 한다"며 "경제적 논리로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동시에 사회적 강자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며 "미국은 빵과 우유, 고기 등의 가격을 서민경제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공공재로 규정하고 마이너스 가격인상률을 적용하고 있다"며 공공재로써의 경차의 성격을 강조했다. 
 
또 고급화를 이유로 차량 가격을 최대 90만원 가까이 인상한 것에 대해서도 "인상폭을 두 자릿수 이상 넘긴 수준"이라며 "시장내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제작 공정이나 부품수급에서 원가절감을 충분히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인상 요인도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경차 업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차로 충분한 볼륨감을 얻을 순 없지만, 각 세그먼트별 차이를 줄여 결국 상위급으로 이어지는 판매 연계를 기대하는 것"이라며 "수출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고급화된 작지만 강한 차가 필요해졌기 때문에 사양 고급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김세연 기자 ehou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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