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삼화저축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저축은행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연초부터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선데 이어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밝힌 만큼 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는 구조조정 신호탄(?)
금융당국은 14일 자산 1조원이 넘는 삼화저축은행에 대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당국은 그 동안 추진해왔던 경영개선조치 과정의 일환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과는 다른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삼화저축은행은 지난해 금융당국과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맺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데 이어 기대해왔던 메리츠종금증권과의 M&A협상도 무산됐었다.
하지만 이 같은 당국의 입장과 달리 업계관계자들은 잔뜩 긴장하는 눈치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IMF 이후 1조원 넘는 은행에 영업정지 명령이 떨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덩치가 큰 삼화가 터지니까 고객들도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고, 우리들도 긴장을 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체 정상화 과정과 매각절차가 동시에 추진되고 구조조정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통상 영업정지부터 가교저축은행 매각까지 평균 15개월 소요됐으나 이를 약 2개월로 단축하고 절차도 간소화했다는 것.
기존에는 가교 저축은행으로 자산과 부채를 이전한 후 가교저축은행을 제 3자에게 매각했으나 이번에는 인수자가 자산과 부채를 직접 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영업정지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금융소비자 보호 및 시간 경과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도다
B 저축은행 관계자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며 "부실저축은행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부실 지속.. 추가매물 나올 가능성 높아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어 구조조정 대상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삼화저축은행을 제외하고도 전주와 중앙부산 등 10여곳 안팎의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와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큰 저축은행 가운데 금융감독원과 양해각서(MOU)를 맺은 61개 저축은행 중 이행실적이 불량한 일부업체도 추가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국내 105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33%로 전년대비 0.2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10개 저축은행의 BIS비율은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5%를 밑돌고 있으며 이 가운데 3개 저축은행은 마이너스를 기록, 경영개선명령 지도기준(1%)에도 미달하고 있다.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삼화저축은행은 PF대출 부실로 지난해 6월말 BIS비율이 -1.42%로 2009년 말 7.37%에서 급격히 악화됐다. 이외에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일부 저축은행은 BIS비율이 -3.05%까지 추락한 상태다.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본의 비율인 BIS비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적자 누적 등으로 완전 자본잠식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영상황이 빠르게 호전되지 않는 현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추가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많아 업계 파장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