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저축銀 영업정지후 1조원 빠져나가..'뱅크런' 계속?

하루 5천억원씩 무더기 인출.."부산지역 심각"
인출 대기순번표 여전히 '긴 줄'..뱅크런 도화선?

입력 : 2011-02-22 오전 9:24:29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 주말 4개 저축은행(중앙부산, 부산2, 전주, 보해)의 영업정지 후 첫 영업일인 21일 하루 동안 다른 저축은행들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4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3일 후 빠져나간 액수(2800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또 지난 17일 부산계열 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18일 하루동안 인출된 4800억원보다도 많다.  
 
◇ 18일 4800억원, 21일 4900억원 인출..부산만 900억원 빠져나가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영업정지된 7개를 제외한 전국 99개 저축은행의 전날 예금인출액은 49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산계열 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17일 이후부터 빠져나간 돈을 합치면 97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는 특히 부산 지역에서 심했다. BIS비율이 낮은 우리저축은행에는 전날 새벽부터 고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 지역 전체 저축은행이 위험할지 모른다"는 소문에 이날 부산 10개 저축은행에서만 900억원이 빠져나갔다.
 
강원 도민저축은행, 경기 부천 새누리저축은행에서도 각각 200억원정도의 예금이 빠졌다. 
 
특히 이 날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부산에서 직접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2000만원 예치를 약속한 날이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추가 영업정지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당국이 각종 대책을 내세우며 영업정지를 최대한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한 달 내내 자금인출 있을 수 있어"
 
문제는 이같은 예금인출이 당국 예상과 달리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통 영업정지 3일 후부터 자금 유출이 줄어든다"며 "23일 이후에는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대기순번표가 남아있다. 저축은행 한 지점에서는 하루 300~400여명의 고객 밖에 처리하지 못하다 보니 1000번을 넘기는 대기표는 23일 이후에 은행을 찾아야 할 지경이다.
 
실제 부산 우리 저축은행의 경우 21일 은행을 찾은 고객에게 다음 달 14일 대기표를 나눠줬다. 22일에도 예금 인출 고객이 몰리면 적어도 3월 중순이후 까지 한 달 내내 뱅크런(예금인출사태)인 상황이다. 경기 부천 새누리 저축은행도 하루 200명만 처리할 수 있는데 21일 오후 1시 대기표만 이미 600번을 넘은 상태였다.
 
문제가 된 일부 저축은행 중에는 인터넷뱅킹의 자금이체를 차단해 놓기도 했으며, 적금의 경우 창구에서만 해약과 인출이 가능해 돈을 찾지 못했다.  일부 고객들은 "몰려든 고객들 때문에 창구 업무가 바쁘면 인터넷 뱅킹으로라도 예금을 빼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 대주주 증자 계획 "경영 부실 책임 먼저"
 
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은 23일부터 부산, 양산, 김해 소재 중소기업에 대해 1000억 규모로 중소기업 지원자금을 특별지원하기로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2일 최근 영업정지된 보해저축은행의 소재지 목포를 찾아 예금자를 달랠 예정이다.
 
일부 저축은행 대주주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새누리저축은행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한화그룹 4개 계열사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도민저축은행의 경우 오는 24일 당국에 제출할 경영정상화계획에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계획을 포함할 것으로 관측됐다.
 
우리저축은행 대주주인 우신종합건설도 최대 200억원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보해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 보해양조가 다음달까지 740억원을 추가로 유상증자할 계획이다.
 
계열 5개 은행이 모두 영업정지된 부산계열은 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을 매각해 부산·부산2저축은행을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하지만 대주주들이 그간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없이 일단 은행을 살려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자구책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불법행위에 대해 엄격히 따질 것"이라며 "대주주 심사를 통해 조기 퇴출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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