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주기자] 물가 고공행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도 물가관리에 실패한 정부와 물가당국이 여전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최근 금리와 환율 병행 조정을 통한 물가관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내 물가는 이미 4%를 돌파하면서 물가당국의 관리범위를 완전히 이탈했다. 지난 2월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OECD 30여개 나라중 2위였고, 3월에도 5%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중동사태 등 각종 대외 악재가 겹친 탓도 있지만 물가당국의 금리정책 실패와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고성장 정책방향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들어 업계를 압박하면서 '개발독재식' 품목별 물가 누르기에 나섰지만 물가상승을 막아내진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누르기식', 물가당국의 '뒷북치기' 금리정책이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고환율→고성장 정책을 시급히 포기하고 금리와 환율을 탄력적으로 활용해 물가안정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금리로 물가잡자' ...3% 기준금리 아직도 낮은 수준
시장에서는 물가 안정책으로 '금리를 이용한 정공법'이 맞다는 주장에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장기금리와 시장금리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총수요 억제로 이어진다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
금리를 놔 둔채 환율을 떨어뜨리면 단기적으로 물가를 낮추는 데에는 효과가 있지만, 수출에 악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기준금리 3%는 4%대의 물가수준과 비교했을 때 아직 낮아 금리 정책을 사용할 여지가 있는 편"이라며 '금리'정책에 방점을 두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금리 정책이 큰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금리가 워낙 낮은 수준이었고, 최근의 금리정책이라는 것이 아주 낮은 수준에서 조금 올린 것이었기 때문에, 금리를 크게 활용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분석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 정책의 효과가 미진했던 것은 세계화의 진전으로 자본 이동 등 외부 요인이 커 한 국가의 정책이 오롯이 반영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또 다른 물가 키워드 '환율'은 시장결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신 연구위원은 "국가가 환율을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할 수는 있지만,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환율은 정책 변수라기 보다는 시장결정적인 요소이고, 환율이 자연스럽게 절상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일본 대지진으로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원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는 절상돼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분위기도 환율정책의 부담 요인이다.
◇ '환율 카드 꺼낼 때'.."문제는 수입가격 급등, 금리효과 적다"
환율로 물가를 안정화하자는 쪽은 최근의 상황적 요인에 주목한다.
근래의 물가 불안이 수요 측면보다는 중동발 악재에 이어 일본 대지진 사태까지 겹친 외부 악재 요인에 의한 공급 요인이 크기 때문에 금리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제품의 가격이 떨어져 국내 물가 인하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금리 추가 인상은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가중시키고 소비 감소, 기업 투자의욕 저하로 이어지는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는 주장이다.
또 금리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효과도 적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총수요 억제 효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효과가 미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지만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히려 2월 초 연 4.0%대에서 현재 연 3.6%대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지금 물가는 환율정책으로밖에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정부가 곧 환율카드를 꺼낼 의지가 있음을 나타냈다.
◇금리·환율 탄력적 운용..거시정책 기조 전환 필요
금리와 환율 중 어느 한 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금리, 환율, 세제 등 전반적인 거시정책을 안정성장 기조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책기조의 변환을 통해서 수요 공급 양 측면에서 조여오는 물가불안 압력을 완충해야 한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거시정책의 전환은 이미 실기한 측면이 있지만, 더 실기하기 전에 환율을 조정해 수입물가 등 공급측면의 압력을 완화하고 금리와 재정의 정상화를 통해 수요측면의 불안요인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물가 안정책으로 금리와 환율 어느 한 쪽을 강조하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금리와 환율 모두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거시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정부가 환율과 금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운용의 묘를 보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뉴스토마토 임효주 기자 there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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