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줄도산 공포 엄습..대책이 없다

내곡동 헌인마을 PF대출 만기 하루 앞두고 법정관리
지난해 말 9395억원의 PF대출잔액에 대한 부담 때문

입력 : 2011-04-13 오후 2:08:30
[뉴스토마토 최우리기자] 시공능력순위 34위 삼부토건(001470)마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소·중견 건설사에는 또 다시 줄도산 공포가 엄습했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는 지난해말 기준 9395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잔액에 대한 경영상의 부담이 직접적인 계기다.
 
더욱이 삼부토건은 최근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등 건설사들의 위기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여전히 진행형이다.
 
◇ 삼부토건은 어떤 회사?
 
삼부토건은 1948년 설립된 업력 63년의 종합 건설업체다. 1965년 국내 건설면허(토목건축공사업) 1호를 취득한 이후 토목 건축 주택사업 등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고(故) 조정구 총회장을 비롯해 창구, 경구 등 '부여 출신 3형제'가 세웠다. 삼부(三扶)라는 회사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조남욱 회장은 조 총회장의 장남이며 현재 경영은 조 회장의 장남인 조지연 부사장이 맡고 있다.
 
과거 토목건설업으로 이름을 날렸고 계열사인 남우관광(르네상스서울호텔), 보문관광(경주 콩코드호텔), 신라밀레니엄(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 운영) 등 관광 레저업에도 진출했다. 네팔,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현지법인을 두고 시행사업 등을 벌이기도 했다.
 
삼부토건의 전성기는 1960~1970년대로 각종 국내 공사에 참여하며 한때 도급순위 3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경부고속도로ㆍ포항만ㆍ안동댐ㆍ서울양화대교 사업도 맡았다.
 
1960년대 후반에는 경부고속도로 충북 옥산∼현도(21.3㎞), 경북 봉산∼금천(16.2㎞) 구간의 공사를 맡았고 현대건설ㆍ대림산업과 함께 경인고속도로 건설에도 참여했다.
 
1970년대 초에는 잠실개발사업에 참여했다. 1980년대에는 경주 도뀨호텔(현 콩코드호텔)을 인수하고 강남구 역삼동에 라마다르네상스호텔(현 르네상스서울호텔)을 지었다.
 
1990년부터는 7년에 걸친 공사로 지하철 5호선 마포역∼여의나루역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부토건은 부침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시공능력 34위로 밀려났고 현재는 '르네상스' 브랜드의 주택사업 및 국내외 건축ㆍ토목ㆍ플랜트사업을 벌여왔다.
 
◇ 시공능력순위 34위..무리한 주택사업이 원인
 
지난해 매출액은 8374억원, 영업이익은 201억원이다. 토목사업 매출 비중이 70% 육박하고 건축사업(도급)은 18.6%다. 자체 분양사업 비중은 7.8%에 불과하다.
 
신용등급은 BBB+, 회사채 발행잔액은 1850억원 수준이다. 조 회장(8.81%)과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의 24.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직원은 700여명 규모다.
 
지난해 7월 경기도 파주 운정지구 2114가구의 입주를 마지막으로 공사 중인 '삼부 르네상스' 아파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8년 설립한 국내 건설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은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 PF대출만기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신청했다.
 
2006년 이후 분양사업을 추진한 내곡동 헌인마을 개발사업은 올해 8월 분양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사업추진이 연기된 바있다.
 
헌인마을 개발사업 관련 시행사인 우리강남 PFV가 4270억원의 대출을 받았고, 이를 삼부토건과 동양건설(005900)산업이 절반씩 지급보증을 한 것으로 4월13일 2420억원, 14일은 1850억원에 대한 지급 만기일이었다.
 
증권가에서는 그보다 지난해말 9395억원의 PF대출잔액에 대한 부담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부토건의 지난해 12월말 수정부채비율은 475.7%, 수정순차입비율은 341.7%에 달해 자기자본대비 2.7배의 PF대출잔액으로 부담을 느껴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삼부토건은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남우관광 등 계열사와 공시지가 기준 2494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유 등 비교적 풍부한 담보제공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터라 건설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위권 내 건설사 홍보실 관계자는 "LIG건설의 CP발행 이후 중소·중견 건설사의 대출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부토건마저 법정관리라니 이제는 또 누가 쓰러질 지 모를 일"이라고 걱정했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토목사업이 주요 사업이었던 삼부토건도 2005년 이후 주택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면서 주택경기가 나빠지면서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CP발행..대책이 없다
 
더욱이 LIG건설에 이어 삼부토건도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삼부토건의 CP는 증권사를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CP는 무담보 채권으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CP 투자자는 변제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만큼 삼부토건의 CP를 매입한 투자자는 원금을 고스란히 잃을 수도 있다.
 
삼부토건은 법정관리 신청일로부터 불과 18일 전인 지난달 25일 6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이를 포함해 3월에 삼부토건이 발행한 CP만 모두 727억원 어치에 달한다.
 
이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비난의 대상은 모럴헤저드를 일삼은 건설사보다 이를 두 눈 뜨고 두고 보면서도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 등 정부로 쏠리는 분위기다. 
 
건설부문에 투자했다는 한 투자자는 "궁지에 몰린 건설사보다 이를 맘대로 CP를 발행하게 둔 금융당국이 더 나쁘다"며 "언제까지 무너지는 건설사들을 계속 지켜봐야 하느냐"고 비꼬았다.
 
금융감독원 저축은행 PF대출심사를 담당하는 수석조사관은 "정부가 개별 금융기관과 건설사간의 대출만기 연장여부를 지시할 수 없다"면서도 "무분별한 채권회수가 건설사와 실물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실화된 채권회수를 안하면 저축은행이 도산할 위험이 있다"라고 '진퇴양난'의 처지를 토로했다.
 
결국 부동산 경기가 좋아져서 금융기관, 건설사간의 선순환구조가 정착돼야만 풀릴 수 있는 과제라는 말이다.
 
한편, 삼부토건에 이어 D건설 등 도급 순위 50위권 이내 건설사들의 추가 도산설이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부도공포는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토마토 최우리 기자 ecowoor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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