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社실적, '랩'하기 나름(?)

랩 판매비중 따라 영업익 희비 '극명'

입력 : 2011-04-25 오후 4:06:43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2010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 영업실적이 거래대금 감소 등으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해 동안 자문형랩 판매가 활발히 이뤄진 몇몇 대형사 실적은 상대적으로 선방해 주목된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016360)은 랩상품 등에서 비롯된 자산관리 수수료 증가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356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3% 증가해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다.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모르고 치솟는 와중에도 개인의 주식참여가 소극성을 띠자, 자문형랩, ELS(주가연계증권) 등 자산관리에 주력한 전략이 빛을 발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037620)현대증권(003450)의 영업이익은 각각 1976억원과 2151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4.46%, 15.7% 감소했다. 이들 증권사는 금융당국이 올 상반기 중으로 랩상품의 선취수수료 환급 등 규제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자 선취수수료를 적용한 상품판매를 중단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나마 수수료 인하 경쟁을 통해 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선 까닭에 브로커리지 업무에만 치중한 증권사 대비 선전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한편 자문형랩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동양종금증권(003470)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5.1%나 급감한 107억원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자문형랩 판매도 다른 증권사 대비 늦게 시작했을 뿐더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대손충당금이 많이 설정돼 영업이익이 큰 폭 줄었다"고 말했다.
 
역시 자산관리 부문을 뒤로 하고 철저히 브로커리지 영업을 고수한 대신증권(003540)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84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1%나 감소했다. 대신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랩 판매열풍에 편승하는 동안 업계 최저 수수료율(0.011%)을 적용한 온라인 주식거래서비스 '크레온'의 홍보에 힘을 쏟는 등 기존 브로커리지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신증권은 지난 2월말 한국창의투자자문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랩인 '액티브형랩'과 '장기성장형랩'을 동시에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삼성·현대차(005380)·LG그룹의 주식에 집중투자하는 자문형랩을 출시, 랩상품 판매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사업비중을 전통적인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중 어디에 두느냐가 향후 실적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랩상품의 경우 수많은 계좌에서 공동으로 수익이 나는 구조로 돼 있어 그에 다른 수요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증권사간 랩 판매추이에 따른 수익격차가 크게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로커리지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증권사 거래가 트여야 하는데, 최근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 주도의 대형주 장세이다보니 개인들이 소외돼 있다는 설명이다.
 
임 부장은 "개인 거래가 보다 활성화되면서 주가에 불을 붙여야 각 지점에서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현재로선 외인·기관 장세가 지속될 걸로 보인다"며 "따라서 증권사도 랩을 팔지 않는 이상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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