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글로벌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오히려 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될 경우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의 금융부채는 937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9% 증가했다. 2009년 7.3%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된 것이다.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택시장이 회복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고, 신용대출도 비은행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09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입주물량이 지난 2008년 31만5000호에서 2009년 28만3000호, 2010년 29만7000호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세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경우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전세대신 매매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주택가격 역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택가격의 불안요인으로 제시했다. 물가 상승기에는 주택시장 심리가 조금만 개선되더라도 부동산 시장으로 시중자금이 유입되면서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은은 가계부채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경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용소득에 의한 부채상환비율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대비 금융부채비율이 2009년 143%에서 2010년 146%로 3%포인트 증가했다.
영국과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조정이 진행되면서, 2007년 각각 179%와 136%를 정점으로 2008년 167%, 128%, 2009년 160%, 125% 등으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