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주기자] 미국과 파키스탄이 10년 전 알 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공습작전에 합의하는 비밀 협정을 맺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9일(현지시각) 지난 2001년 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의 토라 보라 산악지역 동굴에 은신해있던 빈 라덴을 놓친 뒤 당시 파키스탄 군부를 이끌다 이후 대통령이 된 페르베즈 무샤라프 장군과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빈 라덴에 대한 공습 비밀 협정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협정은 빈 라덴과 알카에다의 2인자로 알려진 아이만 알 자와히리 등 알카에다 지도부의 소재가 파악될 경우 미국이 파키스탄에서 행하는 독단적인 공습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파키스탄 측은 미군의 빈 라덴 제거작전을 알지 못했다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파키스탄은 전면 군사대응으로 보복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으며 무샤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공습을 "파키스탄 주권에 대한 침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밀협정에는 파키스탄이 공습에 대해 사전 공지받지 못했다고 해도, 원칙적으로 공습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디언은 '미국의 전직 관리'를 인용해 "빈 라덴의 소재를 안다면 미국이 현장에 가서 검거하기로 양측이 동의했다"며 "최근 미군 작전을 둘러싼 파키스탄의 항의는 '표면에 드러난 공식적인 태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파키스탄간 비밀 협정은 지난해 11월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미국의 비공식 외교 전문과도 맥이 닿는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자국 내 무인기 공격에 대해서도 묵인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길라니 총리는 이때 미국 관리들에게 "그들이 정당한 표적만 찾는다면 상관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서 이를 항의하겠지만 그 후에는 무시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밀협정의 존재는 빈 라덴 사망 이후 자국 영토에서 독단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한 데 대해 미국을 비난한 파키스탄과, 빈 라덴과의 협력 의혹을 제기해 온 미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던 중에 불거진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 라덴 사망 이후, 파키스탄은 알카에다 지도자를 은신하도록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정되는 파키스탄 내부 요소를 포함해 미국의 엄격한 조사를 받아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빈 라덴에 대한 파키스탄 내부의 지원 네트워크가 있었음이 틀림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길라니 총리는 "공모에 대한 주장은 불합리한 억측"이라고 응수했다.
뉴스토마토 임효주 기자 there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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