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모바일 증권거래 시스템 시장에서 경쟁사 서비스 베끼기가 점입가경이다.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이 빠른 시간 내에 경쟁 상대를 따라 잡기 위해 독자적인 개발은 뒤로 한 채 겉모양만 흉내 내는 '카피캣 전략'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정보 업체 팍스넷은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유라클과 스마트폰용 증권앱 ‘U팍스증권’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폰용 인기 어플 ‘증권통’과 거의 흡사한 메뉴 구성을 채택했다.
이토마토의 ‘증권통’은 별도의 로그인 과정 없이 각종 지수를 실시간으로 화면에 뿌려 주는 방식을 채택해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앱을 실행시킴과 동시에 초기 화면에서 코스피, 코스닥 지수와 하단에 별도 지정한 관심종목을 곧바로 보여주는 메뉴구성을 선보여 유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팍스넷과 유라클이 선보인 U팍스증권이 이 구성을 그대로 흉내냈다는 것이다. U팍스증권은 현재 메뉴의 컬러만 다를 뿐 유저인터페이스(UI) 증권통과 거의 똑같다.
특히 각 증권사별로 거래 모듈을 추가 설치하면 사용자가 주식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방식까지 동일하다.
유라클의 이런 '증권통' 베끼기 사례는 또 있다. 유라클이 LG유플러스에게 개발해준 증권앱 'U+ Stock'도 증권통과 흡사하다.
이 개발사는 동양종금증권, 교보증권, 한화증권의 증권 앱을 개발했을때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독자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증권통이 앱 마켓에서 큰 인기를 끈 이후 부터 거의 대놓고 증권통 UI를 베끼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쟁사 카피캣 전략은 하루 이틀 된 얘기는 아니다.
앱을 이용한 주식거래의 경우 기존 사용자들이 자신이 익숙한 환경에서 좀처럼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사 고객을 뺏어 오기 위해 의식적으로 디자인을 비슷하게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특히 홈트레이딩시스템(HTS)처럼 복잡한 메뉴 구성을 가진 프로그램의 경우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경쟁사의 HTS를 놓고 메뉴 구성에서부터 버튼 모양에 이르기까지 일부러 비슷하게 만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새로 만들어진 HTS들을 보면 키움증권의 영웅문 등 개인 사용자들이 선호 하는 HTS와 상당히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차피 고객을 뺏어야 하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벤치마크 수준이 아닌 카피에 가까운 베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도 “인기 어플 증권통이 독보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따라하기 전략이 봇물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런 '짝퉁' 전략으로는 시장을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안승현 기자 ahn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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