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격과 품질이 비슷한 제품도 소비자들은 인지도 높고 유통채널이 많은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대기업 편중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화장품시장 대기업 편중 심화..당분간 지속
게다가 중소기업들의 주요 판로이었던 브랜드숍과 홈쇼핑, 온라인쇼핑몰까지도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어서 이미 중소기업은 설 자리를 잃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까지 아모레퍼시픽은 12분기 연속, LG생활건강은 23분기 연속 매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1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은 69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8.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인 1조7091억원의 40%를 넘는 수준으로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에는 화장품에서만 2조원이 넘는 실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생활건강도 1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이 3134억원으로 15.5%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두 업체의 뒤를 잇는 미샤화장품의 1분기 매출은 543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10분의1에도 못 미쳐 업계 3위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아모레퍼시픽 22%, LG생활건강 13%.
◇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시장점유율 50% 넘을 듯
이들이 생활용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헤어케어 제품과 보디 제품까지 화장품으로 포함시키면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0년 화장품 시장 리뷰 및 2011년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는 7조9000억원, 올해는 이보다 6.5% 증가한 8조41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1분기 매출 증가율는 올해 화장품 시장 예상 성장률인 6.5%의 2~3배에 달한다.
두 업체의 1분기 매출 증가액을 합하면 약 1200억원.
올해 예상되는 화장품 시장 성장폭이 5100억원인데 두 업체가 1분기 실적을 매분기 그대로 유지한다면 두 업체가 연말에 거둘 매출증가액만 4800억원. 나머지 중소기업의 몫은 거의 없는 셈이다.
300여개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화장품 업계에서 대기업인 두 업체가 이처럼 독보적인 질주를 하면서 나머지 중소업체들은 기를 펴지 못하고 존폐의 기로에서 서있는 상황인 것이다.
미샤화장품을 제외하고 그 뒤를 잇는 코리아나화장품, 엔프라니, 한국화장품 등 중견기업의 점유율은 1%도 채 되지 않는데다 그것마저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 "대·중소기업 역할 바뀐 것..中企보호 위한 정책적 배려 시급"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더라도 대기업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들은 대기업 제품을 구매한다"며 "중소기업들의 주요 판로였던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잘 나가는 건 대부분 대기업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소기업 두리화장품의 '댕기머리'가 인기를 얻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에서도 한방샴푸 '리엔'과 '려'를 출시했고 이후 '댕기머리'의 매출은 급격히 줄었다.
주로 중소기업이 선전해왔던 홈쇼핑 아티스트 메이크업 브랜드에도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에스쁘아가 진출했고, LG생활건강도 론칭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1분기에는 브랜드숍에서도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과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가 나란히 선두를 차지했다.
오랫동안 브랜드숍 1위였던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LG생활건강에 인수됐다. 그후에도 자리를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에뛰드하우스는 40% 매출 성장하며 2위로 올라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직장인 정인주씨(여.28)는 "저가 브랜드숍 중에서는 유일하게 에뛰드하우스를 이용한다"며 "에뛰드하우스는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라 가격이 저렴해도 왠지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백대준 중소기업중앙회 화장품협동조합 전무는 "업계 양극화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며 "국내 시장에서의 갈등해소가 어려워 중소기업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고 생존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중소기업의 실정을 전했다.
이에 대해 중소업체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다"며 "중소기업의 기술력 등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