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코스닥 주방용품 제조업체
PN풍년(024940)에서 공시업무를 담당하는 B씨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바뀐 공시제도를 교육하고 애로점을 듣기 위해 공시총괄팀 직원이 직접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자체 적용키로 한 회사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B씨는 "IFRS 도입이 처음이라 막막했는데, 직원들이 찾아와 관련 내용을 설명해준 덕분에 분기보고서 작성이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노루페인트(090350)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L씨도 마찬가지. 거래소 측 방문에 "당혹(?)스러우면서도 고맙더라"는 반응이다.
'규제'와 '감시'의 대명사 한국거래소 공시총괄팀이 달라졌다. 상장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만 수동적으로 귀를 열던 방식을 탈피, 이들 기업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팀 전체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
공시총괄팀에서 현재까지 문을 두드린 기업 수는 100개. 팀 당 4명으로 구성돼 총 4팀이 방문했으니 한 사람 당 6~7군데를 찾은 셈이다.
1인당 약 70개 회사를 방문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이지만, 그 수를 점차 늘려 거래소 700여개, 코스닥 1000개 상장사의 애로점을 모두 들어보겠다는 게 목표다.
서영완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2팀 팀장은 18일 "가급적 많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듣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공시가 개선되고 시장이 질적으로 발전하면 투자자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공시와 관련해 사후심사제도가 도입됐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실질심사제도가 강화되는 등 기업들이 실수할 수 있는 사항이 많아졌다"며 "이렇듯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말 인사를 단행하면서 단순한 인력 교체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쇄신 분위기가 확산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단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1년 안에 몇 개 기업을 방문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기업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려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행동부터 나서고 본 것.
그 결과 거래소를 규제로 얽힌 곳으로만 보던 기업들의 시각이 조금씩 변하는 걸 느낀단다. 서 팀장은 "처음 방문교육을 실시할 때만 해도 '왜 왔나', '우리가 뭘 잘못했나'였던 반응이 나중에는 거래소가 조금 바뀐 것 같다는 반응으로 바뀌더라"며 "그럴 때마다 늦게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애로점을 들어줘야 할 대상은 비단 기업들 뿐만이 아니다. 상장사 방문을 실시한 후 업무량이 배로 불어난 직원들 고충을 들어주는 것 또한 일이라면 일이다.
서 팀장은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방문 자체보다 그걸 통해 기업들의 불편이 해소되는 게 목적"이라며 "팀원들이 잘 따라와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주식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무작정 담당자에게 항의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개인들의 전화를 받으면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팀에서 하는 일에 작지 않은 보탬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