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1800 상장社 방문한다는데…

공시총괄팀 "상장사 고충 해소 팔 걷는다"

입력 : 2011-05-18 오후 3:31:47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코스닥 주방용품 제조업체 PN풍년(024940)에서 공시업무를 담당하는 B씨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 바뀐 공시제도를 교육하고 애로점을 듣기 위해 공시총괄팀 직원이 직접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을 자체 적용키로 한 회사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B씨는 "IFRS 도입이 처음이라 막막했는데, 직원들이 찾아와 관련 내용을 설명해준 덕분에 분기보고서 작성이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노루페인트(090350)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L씨도 마찬가지. 거래소 측 방문에 "당혹(?)스러우면서도 고맙더라"는 반응이다.
 
'규제'와 '감시'의 대명사 한국거래소 공시총괄팀이 달라졌다. 상장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만 수동적으로 귀를 열던 방식을 탈피, 이들 기업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팀 전체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한 것.
 
공시총괄팀에서 현재까지 문을 두드린 기업 수는 100개. 팀 당 4명으로 구성돼 총 4팀이 방문했으니 한 사람 당 6~7군데를 찾은 셈이다.
 
1인당 약 70개 회사를 방문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이지만, 그 수를 점차 늘려 거래소 700여개, 코스닥 1000개 상장사의 애로점을 모두 들어보겠다는 게 목표다.
 
서영완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2팀 팀장은 18일 "가급적 많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듣고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공시가 개선되고 시장이 질적으로 발전하면 투자자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공시와 관련해 사후심사제도가 도입됐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실질심사제도가 강화되는 등 기업들이 실수할 수 있는 사항이 많아졌다"며 "이렇듯 작은 실수 하나가 큰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말 인사를 단행하면서 단순한 인력 교체 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쇄신 분위기가 확산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시작단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당장 1년 안에 몇 개 기업을 방문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기업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려면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먼저 행동부터 나서고 본 것.
 
그 결과 거래소를 규제로 얽힌 곳으로만 보던 기업들의 시각이 조금씩 변하는 걸 느낀단다. 서 팀장은 "처음 방문교육을 실시할 때만 해도 '왜 왔나', '우리가 뭘 잘못했나'였던 반응이 나중에는 거래소가 조금 바뀐 것 같다는 반응으로 바뀌더라"며 "그럴 때마다 늦게라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애로점을 들어줘야 할 대상은 비단 기업들 뿐만이 아니다. 상장사 방문을 실시한 후 업무량이 배로 불어난 직원들 고충을 들어주는 것 또한 일이라면 일이다.
 
서 팀장은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방문 자체보다 그걸 통해 기업들의 불편이 해소되는 게 목적"이라며 "팀원들이 잘 따라와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주식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무작정 담당자에게 항의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개인들의 전화를 받으면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팀에서 하는 일에 작지 않은 보탬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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