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한 가계 빚폭탄..금융당국은 '구경만'

비리·부실감독으로 난타.."쓸 만한 대책 있겠나"

입력 : 2011-05-19 오후 2:43:46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가계빚이 900조원을 넘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정작 금융당국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온갖 비리와 부실검사, 금융감독쇄신 TF 등 금융권을 뒤흔드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조차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물가급등으로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경우 대출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해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가계 빚 937兆..상환능력은 갈수록 악화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가계금융부채는 937조 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9%증가했다. 지난해 수준의 증가율이 이어진다면 올해 가계금융부채는 1000조원이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빚을 감내할 만한 능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146%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진원인 미국이나 영국 등이 2007년을 기점으로 가계부채비율이 줄어들며 상환능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2005년 이후 우리는 가계부채비율이 한 번도 줄지 않았다.
 
문제는 이례적으로 늘어난 가계부채가 조금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은 436조 6000억원으로 통계집계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규모도 3월 1조 7000억원에서 4월 2조 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292조 3000억원으로 290조원을 사상최초로 돌파했다. 대출금리인상, 은행들의 대출확대 노력과 함께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을 대비해 미리 대출을 받는 가수요까지 합세한 결과다.
 
이렇다보니 물가를 잡아야 할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들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기준금리를 연 3%로 동결했는데 이는 가계부채라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9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 규모를 볼때 금리를 올리면 대출은 줄어들겠지만 이자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때문이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풀어도 가계부채는 문제 없다고 했던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이후 "가계와 기업이 과다차입이 생기지 않게 통화정책을 운영해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가계소득이 27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소비에 타격을 줄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당국, 심각성 알고 있지만 급한 불 부터 꺼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금융당국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얼마전 간담회에서 "가계부채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안하면 나중에 언제하겠는가"며 해결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실검사, 금감원 비리 연루 등 감독당국의 존립자체를 위협하는 문제가 터지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손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쯤 나올 거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며 "요즘 워낙 당국을 둘러싼 이슈들이 많아 이를 수습하는 것도 벅찰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정책 카드도 많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고민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월말 부활한 DTI규제로 앞으로 정부가 내놓을 정책은 거의 다 나왔다고 봐야한다"며 "물가는 오르고 있지만 그렇다고 소득이 늘고 있는 구조도 아니어서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위험수위를 낮추려면 소득수준이 향상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물가상승으로 실질소득수준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이자부담이 커지는데다 집값 하락을 부추길수 있고 이로 인해 내수경기가 또 타격을 입게 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것.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도 "금융위기 이후 서민금융기관의 가계여신비중이 크게 늘어난데다 경기침체, 물가 상승 등으로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이 급격히 저하돼 있어 정책의 여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득이 감소한 서민들이 전셋값 급등으로 빚을 낼 수 밖에 없는 생계형 대출이 늘고 있어 이를 규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황대현 금감원 상호금융서비스 국장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언제쯤 대책이 나온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급증한 가계여신 비중을 줄여햐 하는데 마땅한 툴이 없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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