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가 그리스 채무조정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종료되며 재정난에 빠져 허우적대는 그리스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7~18일(현지시간) 이틀 간 개최된 EU 재무장관 정례회의에서는 최대 현안인 그리스 채무조정을 비롯, 공매도 규제안 등 주요 금융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
◇ 그리스 지원, EU내 의견 '분분'
이번 회의서는 그리스가 요청한 600억유로(약 860억달러)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과 상환 기한 연장 등에 대한 토론이 오고갔다.
회의 첫날인 17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으로 '소프트 채무조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그리스 정부부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우리는 그리스의 '소프트 채무조정(soft restructuring, 국채 상환기간 연장 또는 금리조정)'이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외르그 아스무센 독일 재무차관은 '소프트 채무조정'이 기존 채권의 만기를 순수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채무연장이나 재조정은 회의 사안 밖에 있다"며 논의를 꺼렸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역시 "그리스의 채무 연장을 해준다면 다른 모든 채무들도 연장되야 한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 ECB · IMF도 반대의견 가세..그리스 '울상'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그리스 채무조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명확히 비치면서 그리스 위기는 다시 혼란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위르겐 스타크 ECB이사는 그리스 라고니시에서 "그리스의 채무 조정이 은행권에 큰 손실을 줄 것"이라며 "미래를 위한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그리스 채무조정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낮추게 되고 이는 은행과 경제에 더 큰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ECB 위원도 밀란에서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줄이려는 해결책은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에 가세했다. 폴 톰센 IMF 담당관은 아테네에서 "그리스 정부가 수개월 내에 재정.구조 개혁을 이루려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그리스의 추가 개혁 노력 없이는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 이하로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 칸 IMF 총재 부재..디폴트 가능성도 대두
현재 그리스 추가지원은 이를 주도할 국제통화기금(IMF)이 수장 공백 사태를 맞으면서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세계 최대 채권운영사 핌코의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 에리안은 "유럽국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스트로스 칸 IMF 총재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며 "그없이 유럽 정부들의 의견을 조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 중순에 발표하는 EU· IMF· ECB 합동평가단의 그리스 재정긴축 이행상황에 대한 평가결과도 그리스 추가지원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합동평가단에서 IMF 팀을 이끄는 폴 톰슨 IMF 그리스 담당책임자는 "그리스 정부가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재정긴축 프로그램의 목표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리스가 애초 계획대로 내년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