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이번학기 등록금을 400만원 냈다.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겠다면 좋긴 하겠는데, 정부는 못한다는 것 같고..도대체 반값 등록금 실시 한다는 것인지 안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조영훈·연세대·4년)
"기업인 입장에서 법인세 인하는 반길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인하를 하느니 못하느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설태영· IT벤처기업 이사)
최근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 '부자감세 철회', '반값 등록금 정책' 등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 한나라당 '무상복지·감세' 등 입장 변화..일부 의원·청와대선 '딴소리'
24일 정치권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지난해 6.2지방선거와 올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그간 적극 반대해 오던 무상복지 정책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이달초 '만5세 무상보육' 실시를 추진키로 하는 등 과거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거부해오던 무상복지 정책을 슬그머니 꺼내들었다.
지난 재보궐 선거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해마다 16조원으로 무상복지 시리즈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최소한 30조원이상 들 것"이라며 비판한 바 있다.
여당내 소장파에서는 MB정부 상징적 정책인 감세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최근 감세철회에 대한 당의 입장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야당을 따라해선 안된다"고 거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논란을 빚고 있다. '반값 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지만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는 대표적인 공약(空約)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포퓰리즘' 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너무 포퓰리즘 냄새가 난다'고 비판했다.
부자감세의 대표적인 사례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활시키자는 주장도 있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종부세는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부의 혼선 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도 나타나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내가 생각한 페이스대로 갈 것"이라며 기존 정책에 변화를 줄 것임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또 정부와도 다른 정책기조를 밀어 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대외신뢰도 유지를 고려할 때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세는 엠비(MB)정부의 상징적 정책이어서 예정대로 법인세·소득세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또 복지정책에 대해서 "무상복지는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과다 서비스 이용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와 재원 낭비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재정여건상 감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 복지정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의 갈등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지난 23일 비공개로 김황식 국무총리와 황우여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당 원내대표단과 회동을 갖고 정책의견을 조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집권 4년차의 MB정부 정책방향과 크게 다를 뿐 아니라 갑작스런 정책변화라 국민들이 실행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당·정·청 간 정책 혼선으로 인해 중요한 국가 정책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국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어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대통령 임기 중에도 정책전환을 통한 복지 실현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야당과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