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최우리기자] 장마철이 코앞에 다가오자 정부는 구제역 매몰지 관리에 3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등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침출수를 막기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책들은 하나같이 비웃음을 사고 있다.
근본대책이라기보다 현실성이 없는 탁상정책이란 비아냥만 듣고 있는 것이 지금 구제역 방제를 책임진 우리 정부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구제역 대책 `빵점`..무기력한 정부 `답답`
정부가 비현실적인 대책에 대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동안 다른 한편에선 매몰 외 다른 처리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나름의 노력이 진행되기도 했다.
경기도와 여주군은 지난 4월11일 여주군 흥천면 율극리 한 농가의 매몰지를 파헤쳤다.
구제역이 한창이던 올 1월 살처분 된 826마리의 돼지 사체를 꺼내 분쇄한 뒤 '바이오디젤'로 만드는 시범사업을 위한 작업이었다.
경기도와 여주군은 '살처분 가축 바이오디젤 원료화 기계'를 개발한 업체의 시범사업 요청을 검토한 결과 침출수 발생을 억제하면서 에너지도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기계는 가축사체를 분쇄해 고온·살균처리 공정을 거쳐 바이오 디젤의 원료가 되는 유지를 생산해 낸다.
하지만 이틀동안 실시된 작업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다시 근본대책 마련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중앙정부 지침과 관계없이 지자체에서 일관되지 않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후대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검증된 방법이 아닌 다양한 시도가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주군 관계자는 "모든 사체를 처리해 해당 농가는 2차 환경 피해와 악취걱정에서 벗어났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기계작동에 약간의 오류가 있고, 바이오디젤 원료 생산량도 생각보다 적어 대안으로 결정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 썩지 않은 사체 무더기..매몰지 개별할당 `공무원 다 죽인다`
안정화 되지 않은 기술과 추가 예산투입의 어려움 등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났지만 시범사업 중 매몰지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충격적이다.
작업이 진행될 동안 포클레인으로 파낸 가축의 사체가 아직 부패되지 않은 채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이는 앞으로 침출수 유출에 대한 환경오염 우려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예상 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침출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특별, 수시 점검에 대해 "행정적 소모"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무총리실과 농림수산식품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 대규모 정부조직이 참여한 정부합동점검반은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장마철 대비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가축 매몰지 4700여 곳중 대규모 매몰지 2000여 곳을 둘러보고 소규모 매몰지는 지자체별로 빗물 차단, 침출수관리, 함몰시 후속조치, 상수도 확충 실적 등을 점검했다.
후속조치 실태파악과 침출수 문제를 점검, 문제가 있는 지자체에 대한 시정을 위해 실시 됐지만 해당 지역 공무원은 한마디로 '죽을 맛' 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매몰지가 가장 많이 밀집된 경기도(19개 시·군, 2390농가)의 경우 최근 6~8급 하위직 공무원 850여명에게 1인당 각각 2~3곳의 매몰지 관리를 할당했고, 4~5급 공무원 70여명은 부하직원들에 할당 된 50~100의 매몰지를 총괄하도록 했다.
이들은 매주 1회씩 매몰지의 유공관, 방수포 등을 관리해야 한다. 안성시를 비롯한 시·군도 공무원 1인당 1곳 이상씩의 매몰지를 수시 관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기도의 한 공무원은 "매몰지의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한 조치지만 문제 발생 시 문책을 하겠다고 해 부담"이라며 "파묻는데 온 인력을 투입시키더니 이젠 개개인별 관리지를 할당해 성과를 내려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송숙 안성천시민모임 대표는 "매몰에 따른 침출수 유입이 순찰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근본대책 없는 인력낭비"라고 꽉막힌 행정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 예산 30%주면서 상수도 확충하라고?.."스스로 파묻히는 정부"
정부의 상수도 확충 지원사업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의 매몰지 인근 상수도 보완사업지원 지시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12월과 올 3월 두차례에 걸쳐 9개 시.도 71개 시군에 지방상수도 보급사업 예산 3020억원을 지원했다.
상수도 확장 지원은 장기적인 대책 마련의 일환으로 꼭 필요한 조치지만 시일이 소요되는 사업의 특성상 당장 식수원 피해가 우려되는 매몰지 인근 주민들에게는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정부가 지원한 예산은 각 지자체에서 필요한 예산의 30% 수준에 불과해 재정이 열악한 시군의 경우 나머지 70%의 예산이 없어 손도 못대고 있다.
실제로 213개 매몰지가 있는 경기도 안성시의 경우 상수도 보완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500억원이지만 30%도 안되는 120억원만 지원 받았다. 때문에 사업추진은커녕 계획 수립도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매몰지 관리, 방역 사후관리만 총괄할 뿐 지자체에 추가예산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대표는 "정부의 상수도 확충지원은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재정 환경이 열악한 지역은 비현실적인 정책일 뿐"이라며 "추가 지원도 중요하지만 침출수에 따른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확한 조사와 근본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한 안성시민은 "가까운 이천의 경우 상수도 확충사업 재원을 마련한 상태라는데 안성처럼 돈없는 지역 주민은 오염수를 먹어도 된다는 거냐"며 "초기 대응을 엉망으로 한 정부가 주민들에게만 부담을 자꾸 안겨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