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각 대학들이 앞다퉈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엔 스마트폰이 지급이 대세를 이뤘다면 올해는 이보다 훨씬 고가의 태블릿PC 지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매년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떠안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스마트 기기 도입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학교가 지급하는 기기 보조금이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나오는데다 시중에서 기기를 구입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 대학들 학생 편의제공 목적..경쟁적으로 스마트 기기 도입
지난해 스마트폰 지급에 이어 올해는 학생들이나 교직원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겠다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처음 스마트폰 도입에 불씨를 지핀 대학은 울산과학기술대학교다.
이 학교는
KT(030200)와 모바일 캠퍼스 협약을 맺고 지난해 4월초부터 전교생에게 '아이폰'을 지급했다.
2009년 입학생에게는 '아이폰'을 무료로, 2010년 입학생ㆍ대학원ㆍ교직원에게는 할인된 기기 가격의 10%를 지급했다.
이어 포스텍이 지난해 9월 SK텔레콤을 통해 올초까지 5000여대의 스마트폰을 구매해 재학생과 교직원에게 제공한다고 발표했고, 11월에는 서울여대가 학부생과 대학원생 전원에게 KT의 아이폰4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울산대학교는 지난 1일
SK텔레콤(017670)과 스마트 캠퍼스 구축 협약을 체결하고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항공전문학교도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 전원, 건국대학교는 전 교직원에게 KT를 통해 아이패드2를 지급한다.
이들 대학들은 스마트 기기의 도입 이유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강의를 듣고, 자료를 다운로드 받는가 하면 학사 행정 업무를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의 편의성을 강조했다.
◇ '공짜 아닌 공짜' 스마트폰·태블릿PC
하지만 대학들이 '제공'하거나 '지급'하는 스마트 기기들은 엄연하게 따지면 공짜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5만5000원짜리 요금제을 사용해야 단말기 가격을 보조하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구입 조건으로 30개월 약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학교를 통해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24개월 약정 판매를 하는 시중 대리점보다 무려 6개월 이상 더 쓰는 노예계약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사행정의 편의성을 누리는 대가치곤 요금제와 약정면에서 부담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 매장에만 가도 공짜 스마트폰이 많은데 과연 대학에서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게 의미있는 일인지 모르겠다"며 "설사 대학들이 스마트폰을 제공하더라도 학교측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 공급 조건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기기 지원금' 교비 부담 논란
일부 대학은 또 학교 교비를 기기 제공 재원으로 쓰고 있다.
교비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기 때문에 학생 전체가 아닌 일부 학생에게만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 예산의 기준을 지키며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교비 사용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해 당사자인 대학생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서울여대에 재학 중인 이지현(27) 씨는 "아이폰으로 강의를 듣거나 학사행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학교의 설명과 달리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처음 스마트 캠퍼스가 도입될 땐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지금은 학교에서 보여주기식 사업을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꼬집었다.
스마트폰을 지급하지 않은 대학에 다니는 홍국경학(27)씨는 "대학들이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고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는 것은 학교가 자기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은 "대학의 예산은 투명하게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하는데 개개인이 선택해야 할 부분에 대학이 교비를 들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선택의 영역인 스마트폰 도입을 독려하는 게 대학이 할 역할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