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800조원을 훌쩍 넘은 가계부채 문제 처리를 놓고 금융당국이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관치로 욕을 먹더라도 가계부채를 잡아야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가계빚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부의 섣부른 대책으로 인해 가계가 떠안을 충격에 선뜻 강도와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주 정부의 '물가 올인' 정책에 화답이라도 하듯 시장예측을 벗어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계부채는 만지면 터질 듯한 풍선폭탄이 되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달 내로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출 상환 방식 개선''만기 연장' 등 과거 활용했던 규제강화와 대출관행 변경 유도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가계부채의 가장 큰 비중은 약 70%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하지만 얼마전 내놓은 신용카드 외형경쟁 단속 대책과 같이 강력한 제재 조치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저신용등급자 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카드사의 카드론은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될 소지가 많은데다 제2의 카드사태를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 외형경쟁에 제한 조치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사정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은행권에 카드사처럼 '돈줄죄기'식의 대책을 내 놓으면 서민들에게는 갑작스레 이자부담이 높아지거나 대출이 어려워지는 등 자금 경색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 시중은행들에 외형경쟁을 자제하라는 주문을 냈지만, 금융위는 이 역시 업권과의 조율을 통해 갑자기 돈줄이 막히는 등의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부채의 상한선을 정하는 총량규제 등 양적 규제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보다는 그동안 많이 제기돼온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상 문제를 해결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상환방식, 만기 연장 등 대출의 성격을 고쳐 가계부채가 현 수준 이상으로 확대되거나 상환 압박을 완화시켜 보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리스트업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 상환방식, 만기연장 등 세밀한 부분을 손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를 시중금리에 연동시키는 '변동금리식' 대출이 92.7%를 차지하고, 만기가 짧다는 점, 만기 도래시 원금을 일시상환해야 하는 방식 등 대출 구조상 안고 있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가계부채를 이 수준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 것에 최우선"이라며 "가계부채로 인한 타격과 경제 피해가 예상되지만 이 수준을 최대한으로 줄여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과도한 부채로 기업이 위기를 맞았던 IMF 외환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가계부채로 인한 또다른 경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로 인한 서민들과 저소득층이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신이 모은 돈이 아닌 과도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산 것에 대한 책임은 불가피하다"라며 "다만 그 주체가 가계이고 후폭풍이 어마어마한 만큼 금융당국이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면서도 "올해안에 어떤 방식으로든 가계부채 대책으로 효과를 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