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정부가 산은지주의
우리금융(053000)지주 인수 가능성을 접으면서 우리금융 매각이 또 한 차례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른 매각 방안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유력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 '메가뱅크' 비판에 여론 등 돌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의 인위적 '메가 뱅크(대형 은행)'계획에 금융권은 물론 야당과 여당 일부에서도 비판을 제기하자 아예 없던 일로 되돌린 것.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인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에 너무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화(禍)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당국이 낸 우리금융 입찰 마감일은 오는 29일이다. 보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유력 인수주체였던 산은지주의 입찰 포기가 예상되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먼저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독자 생존화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작년 12월 우리은행 직원과 거래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독자 생존을 주장하며 입찰에 참여했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산은 인수 가능성이 나왔을 때부터 우리금융 직원들의 반발과 실망이 심했다"며 "상황을 봐서 컨소시엄을 재구성해 입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하지만 직원 컨소시엄은 작년 12월 "경영권 프리미엄이 과도해 자금이 충분하지 못하다"며 최종 입찰에는 나서지 않은 전례가 있다. 우리금융 직원 외 거래기업 수십 곳이 함께 참여하면서 일관된 입장을 내기 어려운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 다른 금융지주 인수 가능성은?
시중 금융지주사가 이번 입찰에 뛰어들 수도 있다.
앞서 예보는 분할매각에 비해 단순한다는 이유로 우리금융 내 우리투자증권, 광주, 경남은행 등 자회사를 묶어 한꺼번에 팔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약 6~7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이만한 자금을 동원할 만 곳은 결국 금융지주사 밖에 없다.
남은 건
KB금융(105560)지주다. 어윤대 회장은 작년 7월 지주 회장으로 결정되자 마자 "우리금융지주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애착을 보여왔다. 그러나 며칠 후 말을 바꿔 "KB금융 내부 경쟁력이 확보될 때까지 2년간 M&A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KB금융+우리금융'의 조합 역시 자산 640조원대의 초대형 메가뱅크가 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높지 않다.
론스타의 사례처럼 외국계 PEF(사모펀드) 혹은 국내 토종 보고펀드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응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입찰에 응하겠다는 PEF는 알려져 있지 않다.
◇ "관료들, 몸 사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금융 매각은 작년 말에 이어 또 한 차례 유찰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MB정권 초부터 금융재편을 내세웠지만 임기를 1년 반 밖에 안둔 시점에서 논란만 무성했을 뿐 성과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올해 말 한 차례 더 매각에 나설 수 있지만 내년 6월 총선을 앞두고 흥행 몰이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우리금융의 한 임원은 "국민주 등 여러 대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며 "공적 자금 회수도 중요하지만 (민영화가) 너무 지체돼선 안된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권 관료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 같다"며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지분 인수도 그렇고 모든 일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