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세계' 담는 '기업가정신재단' 만들겠다"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인터뷰
이달 상임이사 선임하고 7월초 본격활동 시작

입력 : 2011-06-15 오전 11:20:42
[뉴스토마토 문경미기자]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하는 기업은 안 된다. 벤처를 창업하기 전에 올바른 창업 정신을 갖추도록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황철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벤처기업협회장, 주성엔지니어링(036930) 대표)은 최근 <뉴스토마토>와 한 인터뷰에서 "선진국을 따라가기보다 대한민국만의 기업가정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한국 안에 '세계'를 담는 기업가를 위한 멘토링의 중심역할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출범한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다.
 
재단은 오는 22일 상임이사를 최종 선정한 후, 구체적인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청과 벤처업계가 각각 50억원씩을 담당한 재단의 운영자금에는 주성엔지니어링과 다산네트웍스(039560)가 각각 출연한 20억원, 10억원도 들어있다.
 
황철주 이사장은 이런 자발적인 벤처 1세대의 움직임을 기업가정신을 위한 '인프라'와 '문화' 형성의 첫 걸음으로 보고 있다.
 
그는 "미국에 애플, MS,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는 것은 특별히 그들이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다"며 "미국 대학의 환경이 이미 세계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창업할 때부터 세계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황 이사장은 이어 "한국에만 한정된 사고를 하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재단을 통해 한국 안에 세계를 담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외국인도 기업가정신재단을 통해 한국의 긍정적인 문화를 전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기업가정신재단은 앞으로 연구, 협력, 멘토링을 주요 업무로 할 계획이다.
 
한국의 벤처 1세대들이 꿈꾸는 '기업가정신' 확산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 기업가정신 재단 설립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 현재 상근임원 선발 중이다. 서류전형이 끝나서 곧 면접이 진행될 예정이다.
 
- 최근 중기청과 재단이 나서서 미국 스탠퍼드대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업가정신재단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인가? 함께 동행해보니 스탠퍼드 주변은 학교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등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물리적 환경 자체가 창업과 기업가정신 육성을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었다. 
 
▲ 그런 환경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벤처기업이 나오는데, 왜 한국에선 없나를 생각해보자.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의식이다. 우리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인프라를 만드는데 10년 이상 걸릴지도 모른다. 미국은 애플, MS,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는데 한국은 왜 안 못나오는가. 우리가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 마크 주커버그보다 한국인이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지식이 아니라 대학의 '환경'이다. 
 
미국은 대학 어디를 가더라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 유럽 사람들이 다 모여 있고, 그 곳에 이미 '세계'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서울대나 카이스트는 어떤가? 그냥 한국사람만 있다. 세계화에 대한 의식화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선 '우리가 하면 세계로 나간다'는 의식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은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 자체가 한국이고, 이에 따라 한국 내에 국한된다.
 
- 결국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창업'이 화두가 되는 모습이다. 중기청에서도 글로벌 창업에 대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창업의 초반부터 세계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초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 그렇다. 그런데 우리가 이 시점에서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하기 전에 '대한민국 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일제시대 때 우리는 '대한민국 생각하지 마라' '머슴처럼 시키는 것만 하고 따라오기만 하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해방된 이후 6.25로 한반도가 잿더미가 됐고, 당시 우리는 빵 먹기 위해 50년을 허둥대며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신은 찾을 수 없었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했다.
 
결국 대한민국 정신이 없는데, 기업가 정신이 어떻게 나올 수 있었겠나. 동반성장과 상생도 나오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기업가는 나올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 정신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가정신을 육성해야 한다.
 
- 대한민국 정신이란 무엇인가? 
 
▲ 우리의 훈민정음이나 거북선, 금속활자, MP3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세계최초로 창조한 우수한 것들이 많다. 그 정신을 잊고 있었다. 그것을 찾는 일을 먼저 시작할 것이다. 철학과 의식이 있어야 기업가 정신이 나올 수 있다.
 
- '창조 정신'의 계승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 이런 질문을 던져보겠다. 왜 공부하는가? 공부하기 위해서 공부하나? 미국이나 일본을 닮아가기 위해서? 우리 학생들은 대학을 가야하기 때문에 대학에 간다. 다른 사람들이 가니까 서울대, 연고대, 카이스트를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가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최소한 한국 최고의 대학에 가는 사람들은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식이 필요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그런 대학 안가도 할 수 있다.
 
즉 '정신적 지도자가 되겠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힘쓰겠다'는 공헌의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울대 가서 졸업하면 일 안하고 가만있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것은 그저 '앵벌이 정신'이다. 다른 사람 앵벌이시켜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은 과거 100년의 생각이다.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동반성장이 되겠나? 의식부터 변해야한다. 기업문화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인 정서와 의식의 문제다.
 
- 어떤식으로 해야 전반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나?
 
▲ 기업인들만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범국민적인 운동이 되어야한다. 지식이나 기술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정신은 그렇게 형성되지 않는다. 인프라와 문화는 서서히 만들어야 한다. 또 정부 쪽에서도 범부처 차원에서 나서야한다.
 
- 벤처 1세대가 나섰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런 대한민국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최근에는 30개 선두 벤처기업이 청년 창업가를 대상으로 '인큐베이팅'을 진행 중인데, 기업가정신재단 안에서 운영되는 것인가?
 
▲ 앞으로 우리 전부가 진행하게 될 것이다. 우선 마련된 인프라를 중심으로 중기청과 벤처 프로그램 중에 의식있는 사람들이 멘토 역할을 하면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 차분한 움직임들이 구체적으로 보이는 시기가 올 것이다.
 
- 재단은 한국에 터를 잡고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
 
▲ 외국인도 대상으로 할 방침이다.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긍정적인 이미지 전달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장학금 등의 형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닌가?
 
▲ 엄밀히 말해 교육과정은 아니다. 기업가정신재단이 일종의 집행기관이 되기 힘들다. 연구, 협력, 멘토링이 주 업무가 될 것이다. 교육과 멘토링은 다르다. 멘토링은 교육과는 다르다. 노하우를 전수시키는 것이다.
 
- 황 회장님은 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이기도 하다. 기업가로 기업가정신을 이야기한다면?
 
▲ 기업은 외발자전거와 같다. 앞으로 가지 않으면 쓰러진다. 쉬는 순간 무너진다. 사람이 없어도 움직일 수 있는 동력,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게 만들려면 CEO가 직접 나서서 일일이 챙겨야 한다. 그런 동력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게 나의 과제이자, 모든 기업가들의 과제일 것이다.
 
대담진행 = 문경미 중기벤처팀장 / 정리 = 황민규 기자
 
뉴스토마토 문경미 기자 iris060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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