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올해 1분기 가계신용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가계부채 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출금리가 30개월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가계 빚폭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 가계빚 800조..빚 갚을 능력은 사상'최악'
22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신용은 801조 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4% 증가했다. 같은기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7.6% 증가한 28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가계신용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2.79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2.83배를 제외하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이 높다는 건 그만큼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은 2002년 1분기 2.22배로 처음 2배수를 넘긴 이래 2003년 2.47배, 2004년 2.34배, 2005년 2.39배, 2006년 2.51배, 2007년 2.63배, 2008년 2.64배, 2009년 2.83배, 2010년 2.76배 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부채상환능력을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인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0년 기준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46%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해 부채상환능력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음을 시사했다.
미국(120%)과 일본(117%) 등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06년 134%에서 2007년 136%, 2008년 139%, 2009년 143% 등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 구조도 악성.. 올해만 64조원 만기
대출구조도 악성이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의 90%이상은 주택담보대출로 대출조건은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형이 대부분이다.금리인상 또는 만기시 상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말 일시상환 비중은 41%로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26%보다도 높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서도 이자만 내는 대출 비중은 무려 80%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 만기 시점이 올해와 내년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에 따르면 올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중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상환대출은 64조원으로 1분기 18조원, 2분기 24조원, 3분기 17조원, 4분기 5조원의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집값이 최고였던 2006년과 2007년 주택담보대출을 연장한 가계의 일시상환 만기 금액이 한꺼번에 몰린데 따른 것이다. 일시상환이 아닌 분할상환 중에서도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을 함께 내야 하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올해에만 26조 6000억원이나된다.
금융권관계자는 "은행에서 만기를 연장해주면 이자만 부담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향후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거나 만기연장이 어려워지면 사태는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대출금리 30개월來 최고..빚폭탄 빨리 터질 수도
문제는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어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거의 30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최고대출금리의 경우 국민은행이 1년새 1.13%포인트 오르는 등 대부분 은행권이 1%내외로 상승해 이자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추가인상이 불가피해 향후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서민들 위주로 가계빚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면서도 정책적으로 대출을 제한하거나 상환을 요구하면 서민들의 고통이 심화돼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