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표 강수 둔 검찰, 퇴로 명분을 찾아라

4일 김준규 총장 입장 발표도 진퇴양난

입력 : 2011-07-01 오후 2:35:51
[뉴스토마토 권순욱·오민욱기자] 김준규 검찰총장의 간접적 사의 표명과 대검 간부를 맡고 있는 검사장들의 집단 사의표명 등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검찰의 강수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실제로 사표를 제출하고 옷을 벗기도, 그렇다고 그냥 없었던 일로 치부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정당한 권한 행사에 '사표'라는 '강수'로 집단 반발했던 기세좋은 모양새가 하룻 사이에 곤란한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명분을 갖춘 퇴로를 찾기도 만만찮은 상황에 봉착했다.
 
◇ 집단사표 등 검찰반발에 정치권 반응과 국민여론 냉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적이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도 "검찰의 줄사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장이 사표를 낼 것이란 말도 나오는데, 국회 안을 수용하라"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방송 토론회에서 "수사지휘권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해야지 당사자인 법무부가 만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검찰 반발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법조계에서도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변호사단체의 간부를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검찰이 세상 변화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검찰 자신에 대한 자기반성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고 성토했다.
 
이 변호사는 또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내비쳤는데, 임기가 50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사퇴라는 게 무슨 대단한 의미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의 한 당사자축이었던 경찰에서는 검찰의 이번 행동에 대해 전혀 이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서울에 일선 경찰관은 “검사들은 사표를 내면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새롭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지만 경찰관들은 그런 수단도 없어서 불만이 있어도 사표를 못낸다"면서 "검사들이 사표제출을 어떤 무기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러한 행동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이나 트위터에서는 "즉시 사표를 수리하라"며 검찰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단 사표 초강수, 진퇴양난에 빠져
 
검찰 간부들의 집단사표 등에 대해 일단 청와대와 법무부가 진화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검찰총장회의에서 김 총장이 “조직 관리가 쉽지 않다.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사의를 전달하자 이를 반려했다고 한다.
 
이귀남 법무부장관도 같은 날 일괄 사표를 제출한 대검 간부들을 만나 사표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집단 사표를 제출해 반발했던 검찰이, 대통령과 주무장관이 사표를 만류한 것을 명분 삼아 철회하기엔 궁색한 것이 사실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통령령 제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도 전날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당초의 합의 정신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검찰도 동요없이 본연의 업무에 더욱 매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집단 사표라는 반발을 대충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오는 4일 입장 표명을 예고한 김 총장의 선택지도 별로 없다. 임기가 50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아서 중도사퇴가 가지는 의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사의를 표명한 나머지 검찰 간부들의 경우에도 이번에 실제로 옷을 벗고 변호사를 개업하지 않는 이상 차기 검찰총장 임명과 후속인사에 따라 검찰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기 때문에 반향은 크지 않다.
 
결국 김 총장과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남은 임기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경찰과의 합의정신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로 예측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모 변호사는 "집단 사의표명이라는 폼나는 반발에 비해서 사의 표명을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명분은 폼이 안나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김 총장이 사퇴할 수도,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대검 간부들이 실제로 옷을 벗기도 힘든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권순욱 기자 kwonsw87@etomato.com
뉴스토마토 오민욱 기자 shprince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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