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 6월 재임에 성공한 신용보증기금(신보) 안택수 이사장(사진)에 관해 요즘 또다시 안팎으로 말이 많다.
내년 6월까지 1년 임기를 한번 더 수행하겠다며 이사장직을 맡았음에도, 밖에서는 공공연히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신보 내부에서는 "이럴 거면 뭐하러 재임을 맡았냐"며 "조직이 흔들릴 수 있으니 거취를 빨리 결정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지역구는 내 마음에.." 직원들 "연임 왜 했나?"
안택수 이사장은 지난 6월 20일 1년 임기의 연임이 결정된 후 7월 초 대구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본심은 (여의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인데 그렇게 될지는 알수가 없다"며 "지금은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심사숙고 중이라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어 "정치권 변화를 살펴야 한다. 전당대회 결과도 있고 지역구(대구 북구을)에서 나를 지지하는 주민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아야 한다"며 "마음은 항상 지역구에 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금융권에서는 결국 총선을 염두에 둔 인사가 1년 연임을 더 하는 이유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신보 관계자는 "차라리 총선이든 뭐든 빨리 자리를 정리하는 게 낫다"며 "새 인물이 들어와 조직 피로도를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령(67세)에다가 지난 2008년 공천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어 안 이사장이 정치인으로 재기할 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 '힘있는 낙하산' 기대했는데...안 이사장, '이빨 빠진 호랑이'?
안택수 이사장은 지난 2008년 7월 신보 이사장으로 결정됐다. 안 이사장은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3선 국회의원으로 대변인까지 지낸 한나라당 중진의원이다. 안 이사장 선임 당시 'MB의 낙하산 인사가 시작됐다'라는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없던 이유다.
그러나 당시 신보 직원들은 안 이사장 선임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힘 있는 중진 의원'이 들어와 조직의 힘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던 것.
그런 기대는 물거품에 지나지 않았다. 안 이사장 재임 동안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신보의 보증물량이 9조원에서 17조7000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순증분 42%를 신보가 담당했다.
업무량이 폭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공공기관 선진화 대책에 따라 신보 정규직 직원은 오히려 7.2% 줄었다. 명예퇴직이 잇따랐다. 신입직원 채용수도 줄고 업무를 보조해주던 비정규직 채용도 줄었다. '일자리 늘리기'와는 거꾸로 움직인 것이다.
신보의 한 직원은 "기획재정부 같은 곳에 신보의 역할 부담을 설명하고 인력을 더 늘렸으면 좋았을텐데 안 이사장은 그러질 못했다"며 "정치인, 비정치인을 떠나 조직 수장으로 볼 때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신보는 지금도 '성과연봉제'를 놓고 노조와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업무 관련성 없는 주변 인물들을 이사직에 한자리씩
상대적으로 내부 출신이 많은 상임이사에 비해 비상임이사는 정치인과 안 이사장의 전 지역구 인물이 선임된 것도 문제다.
이계경 비상임이사는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 안 이사장과 같은 상임위(정무위)에서 활동했다.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유네스코 서울협회 회장 등 신보 본연의 임무와도 거리가 멀다.
윤병환 비상임이사는 경북대 석사를 나와 대구 교육위원회 부의장까지 지낸 인물로 역시 금융 전문가는 아니다.
신보는 오는 2014년이면 하필 안 이사장의 전 지역구인 대구로 이동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인이든 비정치인이든 능력이 먼저"라면서도 "그러나 조직을 잘 추스리지도 못하면서 선거까지 마음에 둔 인사가 얼마나 더 조직을 어렵게 하겠냐?"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