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00일 '물가'에 발목묶인 김동수 공정위원장

입력 : 2011-07-20 오전 11:59:12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취임과 동시에 '공정위는 물가 관리기관'이라며 물가잡기에 나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오는 21일로 200일을 맞는다.
 
김 위원장은 최근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진입규제 개선 쪽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지만 물가와 동반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독점·담합을 막고 경쟁과 시장경제를 통해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할 경제검찰 총수가 '김치찌개 값 감시'에 나서는 데에 대해 시장에서는 '왜곡된 물가 단속'이라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 물가관리를 이유로 통신사, 정유사, 유통업체와 제과업체 등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나서자 기업 길들이기식 관치경제로 퇴보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 물가잡는 공정위?
 
지난 1월3일 취임 당시 김동수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물가 관리에 신경 써달라'는 특별 주문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지체없이 농수산물과 주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가격담합·부당인상 여부에 대한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공정위가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부처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근시안적 논리"라며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물가안정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공정위의 역할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하겠다"며 내부 군기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취임 3일만에 국과장급 인사를 단행하고 연예인 노예계약·태광그룹 사건·컵커피 담함에 이르기까지 '경제 검찰'의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김동수호 경제검찰의 칼날이 무디고 낡아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정위가 내놓은 제재들이 대부분 몇년 전에 발생한 사건인데다 최근의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업계에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자 기업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의 기업 목조르기로 일시적으로 가격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품질이 저하되거나 다른 품목의 가격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정부의 역할을 줄이고 시장에 맡기겠다'던 MB노믹스를 내세우다가 거꾸로 '비(非)시장, 반(反)기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업계에서는 "물가 안정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역할"이라며 "공정위는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경제 질서를 세우는 데 주력해야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반경 넓힌 공정위 그러나?
 
최근엔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의료, 문화관광, 방송·통신 등의 진입규제 개선, 소비자 정보공개 확대,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등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 6개사를 시작으로 56개 대기업과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했고, 15대 기업 총수와의 연쇄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들은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가 업계를 압박하려는 통로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반성장의 수혜자인 중소기업 역시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고개를 젓고 있다.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납품단가 인하와 현금결제 등 구체적 현안을 제지할 수 있는 법제화가 실행되지 않고서는 동반성장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LG계열의 서브원과 웅진계열 웅진홀딩스, 한화계열의 한화S&C 등 일부 소모성자재 구매대행회사(MRO) 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들러리' 경쟁 입찰을 통해 오너 또는 친인척이 운영하는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변칙 증여·상속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전경련 측 인사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 하반기 김동수 위원장의 숙제
 
올 하반기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하도급 거래 근절을 정책기조로 설정했다. 우선 구두발주관행에 대한 집중적인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공식품 등 민생관련 분야에서의 담합과 변칙적인 가격인상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다.
 
휴대전화 단말기 출고가 부풀리기와 의약품 리베이트, 상조·여행업 등도 대상이다.
 
특히 공정위는 체감물가 급등의 원인으로 꼽히는 개인서비스 요금 인상 억제를 위해 삼겹살과 냉면·칼국수·김치찌개·자장면·설렁탕과 이·미용 요금을 매달 조사하기로 했다.
 
공정위의 하반기 공정거래정책 방향을 보면 상반기 정책기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물가잡기'와 '동반성장'을 빌미로 공정위가 지속적으로 왜곡된 경제검찰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시장에 위배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인식이 식품업계와 외식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어, 이를 해결하는 게 공정위의 우선 과제로 보인다.
 
동반성장을 둘러싸고 공정위와 재계간의 첨예한 시각 차를 좁히는 것도 김동수 위원장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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