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정부와 한국은행 고위급 인사가 25일 첫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두 기관의 '협조'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물가 관리기구인 한은보다 정부가 더 나서 물가안정을 강조하며 한은에 정책공조의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물가·통화 전담기구로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한은이 이 창구를 통해 정부에 '끌려가는'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와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정부와 중앙은행의 협조 강화를 당부하며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한국은행이 본연의 기능인 통화정책과 금리를 통한 경제정책에서 시장의 신뢰를 잃고 정부의 주문대로 이끌려 간다면 독립성 훼손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이유는 이날 회의의 임차관의 주문처럼 물가안정이 제1목표인 한국은행보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탓도 있다.
여기에 당초 경제성장 기조를 견지했던 정부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는 등 한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석하 KDI 교수는 “한은이 물가안정에 확고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존에 비해 물가안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임종룡 차관은 한은 독립성 우려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듯 “정부와 중앙은행이 ‘각각’ 담당하고 있는 거시정책의 적시성과 효과성을 높여나가기 위함”이 이날 회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제 화두는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상호협력과 정보공유 강화”라며 ‘미국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와 ‘영국 금융정책위원회(FPC)’를 예로 들어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협조시스템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정책협의체는 모두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주요20개국(G20) 회의 등도 거시건전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체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정부과 중앙은행의 만남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하는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 역시 “이날 협의회의 취지에 공감하며 지난 3월에 IMF가 발표한 거시건전성정책운용체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협조관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화답했다.
한국 은행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재준 KDI 교수는 “제도상 문제가 될 것이 없고 한국은행이 독립기관이라고 해서 소통하지 말라는 의미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기대하는 물가안정 결과가 나오지 않음으로써 이러한 협의체까지 동원된다면 한은의 명성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