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지난 달 26일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 조사원 30~40명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쪽 분위기는 지난번 삼성에버랜드 등에 대한 세무 조사 때와 사뭇 다르다.
당시는 이건희 회장의 경제정책에 대한 '낙제점은 아니다' 발언으로 정부가 대기업과 오너일가들에 대해 '사회적 책임'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도 강조하던 시점이었다.
4월에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국민연금을 통해 삼성그룹과 같은 오너일가 지분이 적은 대기업에 대한 ‘경영간섭’을 하겠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상관 없다"며 맞대응을 피했지만, 양측의 갈등은 한층 깊어졌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 고장난 'K9 자주포' 문제, ‘부패척결’로 선수
지난 해 북한의 연평도 도발 당시 문제를 있으켰던
삼성테크윈(012450)의 K9 자주포 사건은 그룹이 조직적 부정부패를 확인하고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사장경질 등 인적쇄신을 감행하면서 선제적으로 방어했다.
인명 피해까지 난 K9 군납 비리의 특성상 검찰 수사가 바로 진행돼야 했음에도 정부나 검찰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또 지속적이고 강도 높게 진행되던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앞에 두고 돌연 연기되면서 이런 저런 추측들이 나오기도 했다.
◇ 삼성, '전자' 세무조사 연기뒤 전사적 '평창' 행보
이 회장의 정기적인 출근 이후 삼성그룹에는 한파가 몰아쳤지만, 삼성테크윈 경질인사와 삼성전자 LCD사업부장 교체 이후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
당시 이 회장의 관심은 오히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쏠려 있었다. 예정보다 일찍 후보지 선정 행사장에 도착하고 관련 인사들을 만났다.
이때부터 여권의 대(對) 삼성 발언도 확연히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K9 군납 비리 수사 유예 문제나 삼성전자 세무조사 유예는 '윗선'의 조율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세무조사 의미는?..'화해' 수순 가능성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재계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사된 상황인 게 다행"이라는 반응들이다.
4년마다 한번씩 받는 조사 외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특별조사 수준의 최정예 요원들을 파견한 국세청 쪽에서도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세무조사는 그동안 심각하게 대립해온 삼성과 정부가 외형상 '강도 높은 세무조사'라는 카드를 사용해 화해국면으로 가는 마지막 수순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사받는 삼성이나 조사하는 국세청이나 모두 느긋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