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국민주 공모방식에 대해 "실익이 없다"는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매각과 방식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인천공항 민영화는 속도가 붙겠지만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의문시 되는데다 공항확장을 위한 재원조달 역할도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외국에 일정 지분을 넘겨 선진 공항 기법을 배우자 명목아래 추진됐다. 하지만 그동안 해외 투기자본을 염려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로 큰 진전이 없었다.
특히 인천공항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6년 연속 공항서비스평가 1위를 지키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선진 공항기법 전수는 명분을 잃었다.
그러나 국토부가 국민주 공모방식으로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천공항 민영화는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 정치권, 국민주 공모방식 "서민 정책에 도움(?)"
국민주 공모방식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식을 배분하기 때문에 외국 투기자본에 매각한다는 등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토부는 현재 우선매각 지분 15% 가운데 어느 정도의 비율을, 어떤 방식으로 공모할지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분의 15%를 국내 주식시장을 통해서 매각할 예정으로 구체적인 매각방법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과거 포항제철, 한국전력과 같이 국민주 방식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988년 포항제철, 1989년 한국전력이 각각 34.1%, 21%의 지분을 국민주 공모방식으로 일반에 매각한 바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일 "포항제철과 같이 국민주 공모 방식의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이 서민정책이 되고 특혜 매각 시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인천공항 민영화의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은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상한선을 49%로 설정하고, 외국인 지분을 30%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 이 법안은 현재 국토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사전에 '민영화'라는 대명제는 못박아 놓고 지분을 팔기위한 명분만 이래저래 바꾼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란 명분에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한 서민들이 값이 오른 뒤 되팔면 서민들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논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분을 매입한 국민들이 다시 거대 기업들에 되팔면서 결국 특정 대주주에게 지분이 쏠릴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 "혈세로 지어놓고 주주에게만 이익주는 것은 잘못"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천공항 건설은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것인데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한다면 주주들만 건설의 혜택을 입게 되는 셈"이라면서 "비용 부담자와 수익자가 달라지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공항에서 나는 수익은 국가가 환수해 낙후된 공항 등을 보전하는 등 공공성에 맞게 쓰는 것이 합당하지 개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국민주 공모 방식을 통해 인천공항 3단계 확장공사를 위한 재원조달을 하겠다는 정부 주장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용복 서울경제연구소 박사는 "3단계 확장공사에 4조원 가량이 들어가는데 지난해 인천공항 순이익이 3240억에 달한다"면서 "순이익이 증가추세임을 감안해 얼추 계산해도 7년 정도면 3조 이상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이어 "1조 정도만 외부에서 빌리면 되는데 굳이 지분 매각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외부 차입금을 빌리더라도 부채비율이 100%가 넘지 않아 안전하다"고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는 지분을 매각하려는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국제공항은 독점사업인데다 외부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정부서 담당하는 것"이라며 "이탈리아 나폴리 공항, 홍콩 쳅랍콕 공항, 체코 프라하 공항 등이 민영화를 추진하다 취소한 사례를 보면 알수 있듯 최근 잘 나가는 공항은 민영화를 거의 하지 않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매각에 대한 거센 반대여론을 약화시키기 위해 우선매각 지분 15%만 우선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팔고 나면 나머지 지분도 상장하기 쉬워지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MB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