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미국이 최고 신용등급을 잃은 가운데 금융시장과 경제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태에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해 미국 경제가 더블딥 국면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란 전망과 함께 이미 선반영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무도 확실하게 향후 상황을 예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금융시장, 큰 변화없다vs충격 예상외로 클 수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신용 등급 강등이 이미 예고돼 온 만큼 큰 영향을 미치치는 않을 것이란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다우 지수는 5.75%, S&P500와 나스닥지수는 7~8%가량 빠졌다.
가렛 존스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주식 투자자들과 채권 트레이더들은 이미 강등을 계산에 넣고 있었다"며 "등급강등은 재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폴 데일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부정적 반응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먼지가 가라앉고 나면, 경제의 기초체력 자체에 관심이 다시 쏠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금융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큰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은 매우 감정적이고 변동적인 환경"이라며 "예상 이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이 신용등급 강등에 과민하게 반응할 경우 미국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은 경비절감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맬 것"이라며 "임금은 낮아지고 해고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美국채 금리 단기상승 전망 ..투매는 없을듯
미국의 국채 금리는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AAA등급의 국채와 AA등급의 국채간 금리차는 0.6~0.7%포인트로, 미국의 자금 조달 비용이 1000억달러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와 연동된 주택담보 대출과 신용카드 대출, 자동차 대출 등의 이자가 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고용이 줄어드는 등 내수가 침체되면서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국채 보유자들이 당장 미국 국채를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럽마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채를 대신할 만한 투자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최근 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지난 5일 "미국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001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한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 국채 금리가 1% 수준에서 안정돼 있다는 점"을 들며 국채 시장의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시장에서는 달러 약세 추세가 계속되면서 장기적으로 엔화와 유로 등 달러화를 대체할 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금값 상승세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