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서울 마포구 창신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정선씨(36.여)는 7일간의 '금같은' 휴가 대부분을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전전하며 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수기인 휴가철에 조금이라도 더 싼 값에 전셋방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휴가까지 반납하고 발품을 팔았다.
하지만 박씨는 "휴가를 투자해서 일주일내내 돌아다녔지만 전세가격이 오히려 최근 몇달 전보다 더 오르고 있다"며 "나처럼 휴가 시즌에 전세방 구하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장마철, 비수기, 휴가철 가리지 않는 '전세난'
전월세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다소 한산한 분위기지만 전월셋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휴가철 전세시장 거래량은 주간 0.04%의 변동률을 나타냈다. 여름철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전월세 거래량이 보합세나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향후 입주물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전세난' 등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물량이 나오는 즉시 계약부터 하겠다는 "일단 사고보자"는 잠정수요가 넘치고 있다.
강남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계절적 비수기여서 전월세 거래는 주춤하지만 다가올 전세난에 대한 걱정으로 전세물건을 선점하려는 잠정수요가 많다"며 "전화로 매일 확인하거나 나올 물건을 미리 예약해놓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휴가철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0.07%를 상승했다. 통상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고공행진이나 다름없다.
◇ 휴가철 이후 가을 이사철까지..전세수요 '정점'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8월 중순부터는 전세수요의 상승세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8월을 비롯한 올 하반기 전체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세물건을 하루 빨리 확보하려는 즉시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고공행진하는 전셋값에 입주물량까지 감소하면서 통상 가을에 움직였던 이사, 학군수요 등의 움직임이 일찌감치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척도는 추석이후 시장의 움직임"이라며 "한두달간 악재로 인한 영향력이 계속된다면 부동산시장도 버텨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또 "휴가철 이후 실수요자들이 가을 전세난에 대비해 움직이면서 전셋값은 상승할 것"이라면서 "매매시장의 회복은 내년 총선 시즌까지 힘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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