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박창주기자] 제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전국에 태풍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7일 일부 항공사가 운항을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악천후 운항을 저지했어야 할 한국공항공사 운항통제실이 과감히(?) 운항승인을 내주는 등 항공기 운항을 책임진 해당 항공사는 물론, 국토해양부와 한국공항공사 등 총체적으로 심각한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 태풍경보에서 아찔한 운항 강행..결국 회항
12일 국토해양부와 서울지방항공청, 항공사 등에 따르면 태풍경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아시아나 항공과 티웨이 항공이 운항통제실의 승인을 받아 김포-제주간 노선을 각각 1회, 3회씩 운항했다.
각 항공기에는 140~150여명 이상의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태풍 피해가 심각해 타 항공사의 해당 노선은 모두 결항된 상황이었다.
태풍은 6일 오후 8시 본격적으로 시작돼 주의보가 내려진 뒤 이틀 뒤인 8일 오전 경보가 해제되며 잠잠해졌다. 특히 제주도는 7일 오전 11시 주의보가 경보로 격상되는 등 비상사태였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은 7일 오전 제주에서 출발해 오전 9시 김포에 도착 예정이던 (B737-800) 700편에 승객 140여명을 태우고 운항을 강행했다. 다행히 이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48분 늦게 김포에 도착했다.
오후에는 모든 항공기의 운항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티웨이만 김포발 제주노선 운항을 두차례나 시도했다가 김포로 회항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출발 비행기(B737-800) 719편은 오후 5시45분 무리하게 출발했다가 7시30분 결국 김포로 회항했다.
◇ 티웨이·아시아나 "무리한 상황 아니었다"..통제기준 명확해야
이어 6시30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721편 B737-800)를 1시간여 뒤 이륙시켰지만 8시14분 또다시 회항해 김포로 돌아왔다.
두 항공편은 모두 김포로 회항한 후 뒤늦게 결항처리됐다.
당시 티웨이항공 탑승객들은 항공사에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수익성만 추구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날 오전 태풍주의보 상황에179명의 승객을 태운 8902편 항공기를 제주에서 이륙시켰다. 이 항공기는 오전 8시23분 김포에 도착했다.
이에 대해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당사 규정상 폭풍주의보 상태에서 이륙을 하지 않는 게 맞지만 상황에 따라 기상상태가 좋아지면 뜰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적으로 규정을 좀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상이 양호해진 상황이었고 공항공사와 관재탑 등에서 안전 여부 따진 후에 출항했다"며 운항이 무리한 상황은 아니었음을 주장했다.
이 같은 운항 강행은 승객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악천후시 통제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다.
◇ 항공사 "허가해줘서" VS. 국토부 "전적으로 항공사 판단"
이번 논란을 두고 항공사는 국토부의 이륙 허가를 받은 정상적인 운항이라며 억울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허가 없이는 비행기 운항이 불가능하다는 것.
항공사 관계자는 "공항공사의 이륙 승인이 떨어지지 않는 한 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걸 항공사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라며 "사실 기장의 경험에 따라 같은 날씨라도 운항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강화는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운항통제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상황판단은 전적으로 항공사와 기장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각 항공사들은 항공기 기종별 운항기준을 정부로부터 승인 받는다. 이후 항공사는 그 기준에 맞춰 항공기를 운항하기 때문에 악천후 등의 운항 여부는 항공사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강제성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현장상황은 항공사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무를 수행하는 운항관리사와 기장이 판단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7일 당시 비슷한 기종은 결항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승인 기준에 맞게 운항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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