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카지노의 대명사 강원랜드는 주말 저녁에 되면 각지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온통 북새통을 이룬다.
강원랜드 주변을 돌다 보면 대신 플레이를 해주겠다거나, 슬럿머신의 자리를 맡아 주겠다거나, 소위 ‘잘 터지는 기계’를 찍어 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대가로 원하는 것은 얼마간의 ‘칩’이나 현금 이다.
각양각색의 옷차림에 나이와 성별도 천차만별. 이들은 대부분 강원랜드에 왔다가 모든 돈을 잃고 나서도 마치 지박령처럼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강원랜드에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은 ‘얼마전’에 누군가가 터뜨렸다는 대박에 대한 소문 때문이다.
서울에서 온 누군가 슬럿머신에 앉아 1시간 만에 잭팟을 터뜨렸다거나 주사위 게임이나 룰렛에서 혼자 독식을 해 수천만원을 따갔다는 류의 얘기. 심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엄청난 돈을 딴 사람이 돌아갈 때는 전당포에서 고급 외제차를 사서 타고 갔다는 무용담은 강원랜드에 떠도는 유명한 스토리다.
누군가는 직접 봤다고도 하고 친구의 친구가 그 주인공 이라고도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듣고 싶은 것을 듣는 것. 강원랜드의 전설은 그렇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을 불이 꺼지지 않는 밤에 가두어 둔다.
31일 증권가에서 유명한 한 메신저를 타고 이미 몇 번이나 본적이 있는 익숙한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돌았다. 코스닥상장사
보령메디앙스(014100)의 대표이사가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 성심여고 동문이라는 내용.
보령메디앙스는 올 초부터 대선테마의 한 종류였던 박근혜 수혜주로 분류됐던 종목이다. 누가 딱히 분류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왜 수혜를 입을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지만 이 종목의 주가는 연초 1만원대에서 지금은 2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정권말기에 가까워 오면서 코스닥에는 수많은 묻지마 테마들이 날뛴다. 유명정치인들과 어떻게든 연관이 있다고 소문이 난 종목은 금세 누군가에 의해 대선테마로 포장되어 코스닥에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주가가 오르면 되레 그 회사의 대주주는 주식을 장내에 대량 매도해 짭짭한 차익을 남기기는 웃지 못 할 촌극마저 벌어지고 있다.
주식투자의 처음과 끝은 모두 ‘계산’이다. 정보를 수집하고 기업을 분석하고 그래프를 검토하고, 이 모든 것을 계산한 끝에 나온 답이 투자의 지표가 돼야 한다.
코스닥의 테마들은 대부분 ‘소문’이 만든다. ‘강원랜드의 전설’처럼 사실인지 아닌지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다. 증시가 방향성을 잃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는 투자자들은 ‘계산’이 아닌 소문에 돈을 던지고 있다.
냉정을 잃은 투자자들이 언젠가 들었다는 소문 때문에 카지노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처럼 시장을 떠도는 유령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깊어진다.
뉴스토마토 안승현 기자 ahn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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