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지급식펀드 ‘안정성’의 늪에 빠지다

'안정성’의 월지급식펀드, 원금 손실..자금은 ‘썰물’

입력 : 2011-09-05 오후 6:30:30
[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은퇴 준비를 스마트하고 안정적으로 하라”던 월지급식펀드들이 수익률 하락에 자금 유출의 이중고를 겪으며 일제히 고개를 떨궜다.
 
월지급식펀드는 베이비붐세대(1955년~1964년생)의 은퇴와 맞물려 연초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펀드가 새로운 노후대비 상품으로 각광받자 운용사들은 너도나도 월지급식펀드를 출시,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펀드 중 약 90%가 지난 2010년 이후 설정된 ‘주니어’다.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예치하면 계약을 통해 매월 일정액을 돌려주는 펀드다.
 
펀드가 월급을 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금융투자상품인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계약대로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원금에서 돈을 빼게 되고 이는 손실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월 국내외 증시가 동반 하락하면서 월지급식펀드 수익률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안정성=원금보장’이 아님을 확인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역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월지급식펀드 29개 중 24개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장 규모가 큰 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A’는 1개월 간 -3.67%를 기록해 해외채권형펀드 수익률인 -1.74%보다 낮았다.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과 ‘삼성스마트플랜실버K증권투자신탁 1[채권혼합](A)’도 각각 -2.99%와 -3.66%를 기록했다.
 
전체 월지급식펀드의 자금 역시 지난 7월 907억원에서 8월 443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개별펀드로 보면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종류A’의 자금이 가장 크게 감소해 지난 7월 289억원 순유입에서 8월 227억원 순유출로 전환됐다.
 
이처럼 수익률과 자금 유입세가 나란히 악화된 것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자금 손실발생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 팀장은 “판매사들이 장 좋을 때 마케팅하다 보니까 월지급식펀드의 원금 손실 위험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인지를 잘못 시켰다”며 “손실 가능성을 알게 된 이후 자금 유입이 줄어든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팀장은 이어 “특히 AB월지급식펀드는 해외채권 중에서도 정크본드(Junk Bond)’라고 불리는 고수익·고위험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졌다”며 “월지급식펀드 유형 중 해외채권형펀드, 그 중에서도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과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연금형’이라는 단어 때문에 투자자들의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연금형이라는 것 때문에 안정적 상품이란 인식이 있었다”며 “주목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 ‘묻지마 투자’ 로 갑작스럽게 자금이 늘어난 만큼 현재 자본 유입이 주춤해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그러나 월지급식펀드의 장기적 가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월지급식펀드는 저금리 시대의 대안이 될 상품”이라며 “다만 채권형상품은 절대적 수익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국내주식형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뉴스토마토 김소연 기자 nic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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