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안철수 원장께 드리는 편지

입력 : 2011-09-07 오후 4:41:49
[뉴스토마토 안승현기자] 안철수 원장님께
 
요 며칠간 참 바쁘셨지요? 예능프로에 나오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정치인이 되시더니 지금까지 봐온 정치인(이미 정치인이 되셨다고 봅니다)중 가장 빨리 스타의 반열에 오르셔서 역시 대단하다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 하셨다는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원장님의 시장 출마 포기가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안철수연구소(053800)의 주가 때문입니다.
 
알고 계시지요? 안 원장님의 서울시장 출마설 덕에 안철수연구소(053800) 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원장님께서 연일 출마에 힘을 싣는 말씀을 하신 덕에 개인투자자들이 마구 사들인 것이지요.
 
안 원장님이 설사 서울시장이 되시더라도 안철수연구소가 덕볼 일은 없겠지요. 잘 아시겠지만 그 두 가지는 참으로 별개의 일이지만 시장 투자자들은 그런 믿음에 추격매수를 하곤 한답니다.
 
박원순 변호사 얘기를 들어보니 안 원장님께서 이미 양보할 마음을 정하고 회담장에 나오신 것 같다고 하더군요. 회담도 30분만에 끝났다면서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시장 선거에 나오실 생각은 없었던 거죠? 그런데 왜 그동안 출마를 결심한듯한 뉘앙스를 흘리셨을까요.
 
출마설이 나온 이후 하신 말씀들을 보면 "서울시장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통해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대학교에만 있던 분이나 정치만 하는 분보다는 (나의 행정) 능력이 뛰어나다" 등등 누가 봐도 금세 출마선언을 할 분위기였지요.
 
그런데 박 변호사와 30분만에 후보 단일화에 합의 하셨다니 그 깊으신 속내를 감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어쨌든 시장 출마를 포기하신 덕분에 안철수연구소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1200억원이나 날아갔더군요. 모르긴 몰라도 여기저기서 개인투자자들의 곡소리가 들려오는 듯 해 마음이 영 편치 않네요. 안 원장님도 그러시죠?
 
이순신 장군이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 ‘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침착하고 무겁게 행동하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정치인의 길에 입문하셨으니 청컨대 앞으로는 언행을 신중히 하시고 한마디 한마디가 나비효과처럼 퍼질 파급을 잘 생각해 주세요. 이번에도 딱 일주일간만 말을 아끼셨으면 오늘 들려오는 투자자들의 울음소리는 많이 줄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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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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