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세종시 민간아파트 합동분양 설명회가 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청사 대강당에서 개최되자 많은 공무원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그러나 설명회에 많은 공무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본인만 내려가거나 가족 전체가 이주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한 공무원이 많았고, 본인도 출퇴근을 해야할지 아파트가 아닌 하숙집을 구해야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해 착찹해하는 공무원이 많았다.
많은 공무원들이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는 2013년 이후 살 집(?)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기 보다는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를 집에 대한 궁금증 정도로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 분양가에 관심..이주대상 공무원 마음은 `갈팡질팡`
사실상 자녀 학업문제나 배우자 직장 등의 문제로 가족 전체 이주가 불가능한 공무원들도 많은 실정이어서 세종시 민간아파트 분양 성패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동 사업 설명회는 한국주택협회가 건설사들과 함께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세종시에 공급하는 첫 민간 아파트를 소개하는 행사다.
설명회를 개최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6일 광화문 중앙정부청사에서 열린 설명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신 것 같다"며 "팸플릿만 챙겨나간 공무원들까지 포함하면 1000명 훨씬 넘게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명회에는 극동건설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대우건설(047040), 중흥주택이 공동 참가해 하반기 세종시 분양 예정인 아파트 소개와 분양 정보를 공개했다.
대강당 입구에서부터 각 건설사에서 온 직원들이 경품을 제공하며 판촉활동을 벌였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아이패드,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행사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건설·대우건설·극동건설은 이달부터 다음달 사이 분양에 나설 예정이고, 중흥주택과 한신공영 등 중견 건설사들은 11월 이후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주택협회는 세종시 이전기관 종사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공급 청약시스템을 개발해 건설사들과 같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사들이 주로 입지조건에 따른 투자가치, 프리미엄 등을 강조한 반면 공무원들이 가장 관심있었던 것은 분양가였다.
건설사들은 아직 분양가를 확정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3.3㎡당 750만~ 800만원 중반대 사이의 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수헌 한국주택협회 부장은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한 세종시 첫마을 2단계 아파트의 분양가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여기서 반평생 이상 살았는데..나 혼자 가려고"
현장에는 관심을 보인 공무원들이 많기는 했지만 막상 이주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다.
이곳에서 만난 농림수산식품부 한 사무관은 "고등학교 수험생 자녀가 있어서 가족과 함께 내려가긴 힘들 것 같다"며 "당분간 서울에서 출퇴근 하다가 힘들면 혼자 내려가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국토해양부 과장은 "초등학생은 괜찮지만 중고생만 되도 학군을 바꾸기 힘들지 않느냐"면서 "과천에서 5분의 2 정도만 먼저 이주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기꺼이 내려가 살겠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지만 드문 경우다. 고용노동부 주무관이라고 밝힌 한 공무원은 "우리 부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공무원이 많아서 대전으로 내려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세종시 입주가 시작되면 가족들과 함께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실장급 고위 공무원들은 아에 분양설명회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는 등 더욱 관심이 없었다.
국토부의 A실장은 "젊은 친구들이나 쉽게 가지 세종시에 관사도 없는데 이주 계획을 잡기가 쉽지 않다"며 "역시 자녀 학업이라든지 두집 살림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이 자녀의 학업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활기반이 송두리째 바뀌는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솔직히 반평생 이상을 여기서 살았는데 앞으로 몇년을 더할지 모를 공무원 생활 때문에 모두 이주하는 것은 무리"라며 "남은 몇년간의 생활은 혼자 버티다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대부분의 공무원이 세종시에 무난히 안착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국토부 다른 실장은 "대전 대덕에 조달청·문화재청과 같은 외청이 있는데 초창기에는 서울에서 출퇴근 버스가 있었지만 결국 공무원들이 다 이사갔다"면서 "결국 3~5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편의성 때문에 다 이사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의 정책이지만 말 없이 따라야 하는 공무원들의 속앓이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지식경제부의 한 서기관은 "공직자로서 군소리 없이 따르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다"며 "본인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이런 일들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분양설명회보다 쓰린 속내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