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위기의 유럽, 리먼 악몽 재현될까?

입력 : 2011-09-15 오후 2:14:30
[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최근 디폴트(채무불이행) 임박설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3년 전 리먼사태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디폴트, 이탈리아와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프랑스 은행 부도 선언 중 한 가지라도 실현될 경우 세계 경제는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경험할 수도 있을것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그리스와 리먼 브러더스의 공통점·차이점
 
지난 2008년 금융위기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때문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유로존 상황도 리먼 파산 때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칼 등 남유럽 중심으로 시작된 재정 위기가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확산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 은행권의 경우 그리스가 디폴트을 선언하게 될 경우 큰 타격을 받고 휘청거릴 것으로 예상돼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떼 제네랄과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그리스 국채에 대한 위험 노출도가 높다는 이유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먼 사태가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무책임한 투자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이번 위기는 과대한 정부 부채가 원인인 점이 다르다. 또 지난 2008년에는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진 것이라면 이번 위기에서는 실물 지표 부진이 먼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에서는 한 기업의 부실이 정부의 채무부담으로 옮겨갈 수 있었지만 현 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곳이 마땅히 없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제레미 부스 아쉬모어 이코노미스트는 "정치권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며 "유럽 지도자들이 논리에 맞지 않는 의견만 내세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결정자들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 환자처럼 행동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 그리스를 바라보는 엇갈린 전망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유럽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며 "정책 결정자들이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리먼 사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리먼 브라더스의 악몽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리먼 사태 재현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한 기업이 아닌 전 세계가 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번 재정 위기 상황은 지난 2008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어 세계 경제는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 유럽의 신용경색 위험과 그리스의 디폴트 악재가 겹친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은 지난 2008년 위기 때와 비교해 심리적으로 더 악화됐다"며 "이번 위기의 원인은 한 금융 회사가 아닌 정부이기 때문에 더 심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2008~2009년의 세계경제 위기를 곧 다시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존 기브 영란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리먼 사태는 그리스 사태 처럼 장기간 잠재돼 있지 않았다"며 "각국 은행들은 그리스 국가부도 확률을 계산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 위기를 바라보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은 "앞으로 3~6개월 안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과 아일랜드의 신용등급 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은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98%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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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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